중동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원유 확보를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부쩍 분주해졌다. 특히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이란산 원유 도입 중단 등 이란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자 두 나라 모두 고위관료가 앞다퉈 중동 방문에 나서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은 지난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순방중이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번 주말부터 사우디 UAE 카타르 3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제 중동순방길에 올랐다. 아부다비에서 17일부터 열리는 세계미래에너지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만과 UAE를 차례로 들른다고 한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경우 한·중·일 3개국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국의 이런 움직임은 당연하다. 수입 원유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 9.6%, 일본 9.8%이고 중국은 수입원유의 무려 3분의 1을 이란에서 들여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라도 하면 사우디 등 다른 산유국으로부터의 수입조차 어려워질 게 뻔하다. 우리가 지난해부터 본란을 통해 중동 정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해 온 것도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이었다.

문제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단순히 국내 유가 급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가 급등은 거의 전 산업의 원가에 부담을 주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고 있는 내수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불안과 원가상승으로 수출도 줄어들 게 뻔하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국은 이란 원유 도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 상황은 그 어느 나라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중국내 한국기업은 물론 중국 경제 자체, 그리고 글로벌 경제 전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이 지나간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물론 관련 기업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