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넥슨 사장 "새 플랫폼 개발에 집중…올해 모바일 게임 30개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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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넥슨
인기 게임 지속적 업데이트로 성장성 유지하는 게 최대 강점
'삼국지를 품다' 등 신작 3개이상 출시…보안 관련 투자 대폭 늘릴 것
인기 게임 지속적 업데이트로 성장성 유지하는 게 최대 강점
'삼국지를 품다' 등 신작 3개이상 출시…보안 관련 투자 대폭 늘릴 것
“창립 당시 오늘날의 넥슨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처럼 몇십만명이 동시에 게임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만난 서민 넥슨 사장(41·사진)은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넥슨이 출시한 첫 게임이자 넥슨의 밑바탕이 된 ‘바람의 나라’의 서버를 담당한 개발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용화된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를 처음 서비스할 때 동시접속자 수 100명을 돌파하면 축하 기념으로 전 직원이 휴가를 가자고 했을 정도로 온라인 게임산업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넥슨이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동시접속자 수 260만명을 돌파했다. 넥슨의 또 다른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는 작년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수 62만6852명을 기록했다. 서 대표 말처럼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발돋움한 넥슨은 지난해 말 일본 증시에 상장해 국내외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지난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시가총액 8조1700억원)의 기업공개였다. 서 사장은 “상장했다고 사업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아직도 개척해야 할 해외 시장이 많고,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1997년 넥슨에 입사해 넥슨 개발이사, 자회사인 네오플 사장 등을 맡은 뒤 2009년부터 넥슨을 이끌고 있다.
▶작년 매출이 업계 처음으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들었습니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기존에 서비스하는 게임의 성과도 좋았지만 새롭게 출시한 게임도 안착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동시접속자 수 기록을 경신했고, 국내에서는 ‘메이플스토리’가 신기록을 세웠어요. 신작 게임인 사이퍼즈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반응이 좋았죠.”
▶그래도 새로운 게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3, 닌텐도 위 등과 같은 콘솔용 게임기처럼 출시 이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서비스가 중요하죠. 대규모 업데이트에는 새로운 게임 개발과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투입됩니다. 자리를 잘 잡은 인기 게임을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성장시키는 것이 넥슨의 강점이죠. 물론 새로운 게임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 해에는 웹게임 ‘삼국지를 품다’ 등을 포함해 3개 이상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넥슨모바일이라는 자회사가 있지만, 그동안 모바일 게임을 충분히 내놓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기민하게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에 도전해야 하는데, 최근 스피드가 떨어졌어요. 모바일은 기존 온라인 시장보다 더 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입니다. 개발 인력을 이 부문에 더 집중시킬 생각입니다. 올해 최소한 30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겁니다. 이 정도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넥슨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M&A에 대한 넥슨만의 고유 전략이 있는 겁니까.
“인수한 기업을 기존 구성원들과 융합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인수 전부터 넥슨의 철학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찾습니다. 물론 개발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일단 같은 식구가 되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죠. 점령군처럼 막 대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소통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년 사이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직원 숫자가 1000명을 넘지 않을 때는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3000명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시무식 때 연극 배우를 통해 불통(不通)의 문제를 꼬집었죠. 작은 오해로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불통의 문제를 지금 잡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 이후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지금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보안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요. 통합멤버십을 도입하고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는 등 추가 대책을 확정할 때마다 발표하겠습니다.”
▶내년 목표는 어떻게 정했나요.
“일본 증권당국의 공시 규정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치를 말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소셜게임 등 신사업 분야에 역량을 보다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 부문에서도 성공적인 게임을 내는 것이 목표죠. 해외 시장도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 등은 아직 온라인 게임 점유율이 낮아 성장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죠.”
▶국내에서 게임사업을 하는데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게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게임업계도 구직난이 심하고 좋은 아이템을 가진 벤처기업이 꾸준히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을 때 모든 매스컴이 그를 추모하는 대열에 섰죠. 하지만 국내 IT업계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게임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1년 뒤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빨리 바뀌는 것이 게임 시장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하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게 있죠. 모여서 즐긴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듯 서로 경쟁하고 돕고 상호 작용하는 속성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지난 5일 서울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만난 서민 넥슨 사장(41·사진)은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넥슨이 출시한 첫 게임이자 넥슨의 밑바탕이 된 ‘바람의 나라’의 서버를 담당한 개발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용화된 그래픽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를 처음 서비스할 때 동시접속자 수 100명을 돌파하면 축하 기념으로 전 직원이 휴가를 가자고 했을 정도로 온라인 게임산업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넥슨이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동시접속자 수 260만명을 돌파했다. 넥슨의 또 다른 대표작인 ‘메이플스토리’는 작년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수 62만6852명을 기록했다. 서 대표 말처럼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발돋움한 넥슨은 지난해 말 일본 증시에 상장해 국내외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지난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시가총액 8조1700억원)의 기업공개였다. 서 사장은 “상장했다고 사업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아직도 개척해야 할 해외 시장이 많고,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1997년 넥슨에 입사해 넥슨 개발이사, 자회사인 네오플 사장 등을 맡은 뒤 2009년부터 넥슨을 이끌고 있다.
▶작년 매출이 업계 처음으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들었습니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기존에 서비스하는 게임의 성과도 좋았지만 새롭게 출시한 게임도 안착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동시접속자 수 기록을 경신했고, 국내에서는 ‘메이플스토리’가 신기록을 세웠어요. 신작 게임인 사이퍼즈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반응이 좋았죠.”
▶그래도 새로운 게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3, 닌텐도 위 등과 같은 콘솔용 게임기처럼 출시 이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서비스가 중요하죠. 대규모 업데이트에는 새로운 게임 개발과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투입됩니다. 자리를 잘 잡은 인기 게임을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성장시키는 것이 넥슨의 강점이죠. 물론 새로운 게임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 해에는 웹게임 ‘삼국지를 품다’ 등을 포함해 3개 이상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전략이 궁금합니다.
“넥슨모바일이라는 자회사가 있지만, 그동안 모바일 게임을 충분히 내놓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기민하게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에 도전해야 하는데, 최근 스피드가 떨어졌어요. 모바일은 기존 온라인 시장보다 더 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입니다. 개발 인력을 이 부문에 더 집중시킬 생각입니다. 올해 최소한 30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겁니다. 이 정도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넥슨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M&A에 대한 넥슨만의 고유 전략이 있는 겁니까.
“인수한 기업을 기존 구성원들과 융합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인수 전부터 넥슨의 철학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찾습니다. 물론 개발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일단 같은 식구가 되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죠. 점령군처럼 막 대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시너지를 내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소통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년 사이에 회사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직원 숫자가 1000명을 넘지 않을 때는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3000명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시무식 때 연극 배우를 통해 불통(不通)의 문제를 꼬집었죠. 작은 오해로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불통의 문제를 지금 잡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 이후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지금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보안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요. 통합멤버십을 도입하고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는 등 추가 대책을 확정할 때마다 발표하겠습니다.”
▶내년 목표는 어떻게 정했나요.
“일본 증권당국의 공시 규정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치를 말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소셜게임 등 신사업 분야에 역량을 보다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 부문에서도 성공적인 게임을 내는 것이 목표죠. 해외 시장도 이제 시작입니다. 미국 등은 아직 온라인 게임 점유율이 낮아 성장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죠.”
▶국내에서 게임사업을 하는데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게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게임업계도 구직난이 심하고 좋은 아이템을 가진 벤처기업이 꾸준히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을 때 모든 매스컴이 그를 추모하는 대열에 섰죠. 하지만 국내 IT업계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게임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1년 뒤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빨리 바뀌는 것이 게임 시장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하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게 있죠. 모여서 즐긴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듯 서로 경쟁하고 돕고 상호 작용하는 속성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