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강한 경쟁자 있어 공략 힘들다"
“한국은 굉장히 어려운(very very tough) 시장이다.”

‘2012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난 마틴 빈터콘(65·사진)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에는 강한 경쟁자들이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다”고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 내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수입차 시장조차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고급 브랜드들이 1,2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생산량 1위를 노리고 있는 매머드급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실적에 머물고 있는 점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빈터콘 회장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2012년 ‘북미 올해의 차’로 폭스바겐 파사트를 제치고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선정된 것을 의식하는 듯했다. 빈터콘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글로벌 판매 실적은 좋았다. 빈터콘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32만4402대를 판매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제타 하이브리드’와 ‘뉴 비틀’ ‘올 뉴 파사트 파사트’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북미 시장에서 디젤 외에 하이브리드카도 출시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년 대비 14% 늘어난 82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800만대를 돌파했다. 도요타를 제치고 GM에 이어 생산량 2위에 올라섰다. 2018년까지 연간 1000만대를 생산해 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빈터콘 회장은 197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에서 금속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뒤 1977년 맥스-플랭크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독일 부품회사 보쉬에 입사,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1981년 아우디 품질부문 엔지니어로 옮긴 뒤 아우디그룹 대표를 거쳐 2006년부터 폭스바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디트로이트=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