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한국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처음 수립한 지 만으로 50년이 되는 날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경제개발 계획은 신흥시장국과 후진국의 ‘발전 교과서’가 됐다. 정부의 지식원조 사업인 경제개발 경험 공유사업(KSP)의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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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맞는 경제개발 계획

제1차 경제개발 계획이 만들어진 1962년은 전후 베이비붐 시절이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급격히 늘었지만 이들을 먹여 살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제개발 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196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79달러에 불과했다. 국가 경제력은 세계 125개 국가 중 101위로 최빈국 수준이었다.

당시 군사정부는 경제재건 계획을 수립했고 1961년 7월22일 경제기획원을 만들었다. 여기서 세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1962년 1월13일 세상에 공표됐다.

1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은 전력·석탄 등 에너지 공급원 확보와 기간산업 확충,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후 경제개발 계획은 1996년 끝난 제7차까지 이어졌다. 추진 목표 역시 경제 발전에서 복지와 형평 등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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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국 발전 모델로

경제개발 계획은 신흥시장국의 발전 모델이 됐다. 한국의 개발 노하우를 전수한 사례로 최근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이 수립한 중장기 경제사회발전 전략이다.

정부는 2009년 베트남을 KSP 중점 지원국으로 선정, 작년까지 3년간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컨설팅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은 ‘2011~2015 사회경제 발전계획’과 ‘2011~2020 사회경제 발전전략’을 세웠다.

남미의 도미니카공화국도 수출 강국인 한국의 노하우를 배웠다. 정부는 2006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레오넬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방한해 개발 경험 전수를 요청하자 2008년부터 수출과 관련한 정책 자문을 3년간 제공했다.

베트남 수출 지원 정책과 우즈베키스탄 경제특구 건설도 성과로 들 수 있다. ‘수출입국’을 꿈꾸는 베트남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같은 수출신용기관 설립을 제안해 베트남개발은행(VDB)이 만들어졌다. 투자 활성화를 고민하는 우즈베키스탄에도 노하우를 전수해 ‘나보이 경제특구’ 설립이라는 성과를 냈다.

지광철 기획재정부 국제개발정책팀장은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은 한국처럼 가난을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경험이 없어 신흥시장국의 모범이 되지 못한다”며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배우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아젠다 계속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국가 발전의 일등 공신인 경제개발 계획의 정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개발 계획은 외국 자본으로 수출을 육성하는 개발 사이클을 가능하게 했다”며 “선진국에 확실하게 진입하기 전까지 성장 아젠다는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성장을 해야 복지도 가능하다”며 “무분별한 복지 논의가 한창인 지금 경제개발 계획의 정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