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가實名制는 경제失明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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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수급상황 알리는 지표…인위적인 통제땐 시장 망가져"
정기화 < 전남대 교수 · 경제학 >
정기화 < 전남대 교수 · 경제학 >
살다 보면 나쁜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나쁜 소식을 전한 사람을 원망하는 것은 마치 춥다고 온도계를 비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추위에 떠는 게 안쓰러워 온도계의 눈금이 영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미친 짓이라고 비난을 받을 것이다.
춥다고 온도계를 비난하는 일은 없겠지만, 시장에 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급자가 가격을 올리면 이는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온도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추우면 온도계의 눈금이 떨어지듯이 물자가 부족하면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한다. 온도계의 눈금을 보고 두꺼운 옷을 준비해 추위에 대비하듯이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생산을 늘려 물자부족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물자가 부족할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작년의 배추값 폭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이 올라야 공급이 늘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수요가 줄어 정작 필요한 곳에 물자가 공급된다. 물론 물가는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소득분배기능도 담당한다. 그래서 기업이나 소비자의 실질 소득에도 영향을 준다. 문제는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당연히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의 물가도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초에 물가관리를 위해 발표한 물가관리 실명제(實名制)는 해결책이 아니다. 물가실명제는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경제를 실명(失明)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전체적으로 물건 값이 앞다퉈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잡으려면 풀린 돈을 조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나서서 통화를 환수하면 전체 물가지수는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지수가 안정돼 있더라도 개별 물가는 오를 수 있다. 수급(需給)에 영향을 주는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물가를 관리하려는 물가실명제가 성공하려면 관리대상 품목의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런 뒤에 이들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모든 여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상품의 적정 가격을 알기도 힘들지만, 이들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모든 여건을 통제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것은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성공하더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가격의 소득분배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정보전달 기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은 가격이라는 신호등을 잃어버리고 실명 상태에 빠지고 만다. 사회주의 경제에서처럼 물자의 수급이 망가지고 인센티브가 붕괴하고 만다. 정부가 정한 가격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투쟁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시장 수급과 동떨어진 가격 결정으로 일부 물자는 부족하고 일부는 재고가 쌓이는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부 국민들의 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이를 빌미로 가격 변동을 막는 것은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을 처벌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서민 생계의 어려움은 물가의 관리가 아닌 재정을 통한 서민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득분배를 위해 가격의 정보전달 기능을 왜곡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가격은 자유롭게 움직여야 경제 여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경제 주체들에게 올바른 인센티브를 전달해 미래의 경제변화에 대비하게 하며 그 결과 경제의 효율이 증대한다. 이것이 서민생활 지원을 위한 재정 수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기화 < 전남대 교수 · 경제학 >
춥다고 온도계를 비난하는 일은 없겠지만, 시장에 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급자가 가격을 올리면 이는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온도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추우면 온도계의 눈금이 떨어지듯이 물자가 부족하면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한다. 온도계의 눈금을 보고 두꺼운 옷을 준비해 추위에 대비하듯이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생산을 늘려 물자부족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물자가 부족할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작년의 배추값 폭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이 올라야 공급이 늘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수요가 줄어 정작 필요한 곳에 물자가 공급된다. 물론 물가는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소득분배기능도 담당한다. 그래서 기업이나 소비자의 실질 소득에도 영향을 준다. 문제는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당연히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의 물가도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초에 물가관리를 위해 발표한 물가관리 실명제(實名制)는 해결책이 아니다. 물가실명제는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경제를 실명(失明)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전체적으로 물건 값이 앞다퉈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잡으려면 풀린 돈을 조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나서서 통화를 환수하면 전체 물가지수는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지수가 안정돼 있더라도 개별 물가는 오를 수 있다. 수급(需給)에 영향을 주는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물가를 관리하려는 물가실명제가 성공하려면 관리대상 품목의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런 뒤에 이들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모든 여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상품의 적정 가격을 알기도 힘들지만, 이들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모든 여건을 통제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것은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성공하더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가격의 소득분배 기능을 강조하다 보면 정보전달 기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은 가격이라는 신호등을 잃어버리고 실명 상태에 빠지고 만다. 사회주의 경제에서처럼 물자의 수급이 망가지고 인센티브가 붕괴하고 만다. 정부가 정한 가격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투쟁하는 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시장 수급과 동떨어진 가격 결정으로 일부 물자는 부족하고 일부는 재고가 쌓이는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부 국민들의 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이를 빌미로 가격 변동을 막는 것은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을 처벌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서민 생계의 어려움은 물가의 관리가 아닌 재정을 통한 서민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득분배를 위해 가격의 정보전달 기능을 왜곡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가격은 자유롭게 움직여야 경제 여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경제 주체들에게 올바른 인센티브를 전달해 미래의 경제변화에 대비하게 하며 그 결과 경제의 효율이 증대한다. 이것이 서민생활 지원을 위한 재정 수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기화 < 전남대 교수 ·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