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의 외환투기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필립 힐데브란트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가 결국 사임의사를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9일 “힐데브란트 총재가 사임키로 했으며 사임은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힐데브란트 총재의 사임으로 토머스 조던 부총재가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힐데브란트 총재의 부인은 SNB가 스위스프랑의 과도한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대(對) 유로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기 3주 전인 지난해 8월 미국 달러화 50만4000달러를 일시에 매입했다가 10월에 되팔아 6만7000스위스프랑의 환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힐데브란트 총재는 “취리히에서 갤러리를 열기 전까지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일했던 아내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외환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논란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SNB는 지난달 하순 자체 조사 결과 힐데브란트 부인의 외환거래에 불법성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스위스 의회는 비공개 청문회를 열어 의혹을 규명키로 하는 등 압박해왔다.

힐데브란트 행장은 이날 베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3주 동안 나와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며 “아내가 나로부터 정보를 받지 않고 외환거래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올해 48세인 힐데브란트 총재는 프라이빗뱅크의 투자 책임자로 일하던 2003년 SNB에 들어가 2010년 총재가 됐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