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 ‘피라미드 학교폭력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중·고등학교 후배들을 때리고 위협해 조직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폭력 등)로 이모씨(2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일당 8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동네·학교 후배인 김모군(18·구속) 등 4명에게 금품을 상납하도록 요구해 명품 의류, MP3플레이어, 현금 등 수천만원 상당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대리석 바닥이 깔린 곳으로 끌고가 유도복을 입힌 뒤 바닥에 수십차례 내리꽂거나 손발로 온몸을 마구 때리는 수법으로 폭력을 휘둘렀다.

이씨에게 금품 상납을 강요받은 김군은 자신의 후배들을 불러 손발을 묶은 채 쇠파이프로 때리며 위협, 돈을 뜯어냈다. 김군은 빼앗은 돈 중 일부는 이씨에게 상납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생활·유흥비로 탕진했다. 김군에게 상납을 강요 받은 신모군(17)과 황모군(17) 등은 김군이 시킨 대로 강남 일대에서 각자 담당할 학교를 나눠 학생들에게 수시로 돈을 빼앗았다.

경찰은 이런 피라미드 방식으로 활동한 청소년 50여명이 강남권 20여개 중·고교 학생 700여명을 상대로 수억원 상당 금품을 갈취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 학생 중 일부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 차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처럼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학교폭력을 사주하는 세력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