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감면혜택이 지난해 말로 끝나면서 매수세가 실종됐습니다. 하루에 전화 한 통 받기도 힘드네요.”

9일 찾은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P공인 관계자는 “올해 한 건도 거래시키지 못했다”며 빈 장부를 펼쳐 보였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주에만 5건이 거래됐는데 새해 들어선 온도차가 크게 느껴진다”며 “정부의 ‘12·7 대책’과 서울시의 종상향 효과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5억원을 호가하던 가락시영1차 39㎡형은 4억9500만원으로 내렸다.

◆거래 급감에 호가도 하락

취득세 감면혜택이 끝나면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거래가 실종됐다. 시장침체에도 매매가 꾸준하던 강남 목동 중계동 등지도 제로다.

고가 아파트가 많아 취득세 부담도 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개포주공1단지 개포부동산 채은희 사장은 “56㎡형이 9억5000만원이니 지난달보다 취득세를 1900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며 “지금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반짝 매수세를 보였던 잠실주공5단지는 호가가 떨어졌다. 최명섭 송파부동산 대표는 “전용 103㎡형을 10억1000만~10억2000만원에 내놨던 집주인들이 1000만~1500만원 정도 낮췄다”며 “매수자들은 2000만원 이상 떨어져야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았던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오세유공인 박형찬 사장은 “105㎡형이 10억원대여서 지난해보다 취득세가 2000만원 늘었다”며 “실수요자들은 감면혜택 종료 이전에 매입을 마쳐 거래 실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22 대책’에서 도입한 취득세 감면혜택은 작년 말 종료됐다. 이에 따라 9억원 이상은 2%에서 4%, 9억원 미만은 1%에서 2%로 취득세율이 각각 올랐다.

◆목동·중계동, 반짝거래 후 ‘잠잠’

목동·중계동 등 강북권 주요 단지들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목동3단지 인근 온누리공인 신공웅 사장은 “작년 마지막 주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으려고 잔금을 서둘러 치른 실수요자가 많다”며 “반짝 살아났던 매수세가 다시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6억3000만원이었던 65㎡형은 6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중계동 한양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중계그린아파트 3건을 거래했는데 새해엔 제로”라며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백화점 특별할인이 끝나면 정상가가 비싸다고 인식되듯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도 비슷하다”며 “심리적 영향으로 시장이 당분간 잠잠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조사실장은 “9억원 초과 유주택자나 다주택자에겐 감면혜택이 없어 거래 유인책이 사라졌다”며 “가격 상승이나 추가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시장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은지/박한신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