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7일. 미국은 첩보 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일본군의 대대적인 진주만 기습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경악스러운 일은 미국이 일본의 암호를 이미 다 해독했고 그들의 통신을 감청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해군을 중심으로 암호해독과 언어 전문가 수백명을 육성, 일본의 무선 통신을 감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2년 전 한 강연에서 “우리는 워싱턴 시간으로 12월7일 일요일 정오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워싱턴의 정오가 하와이의 오전 7시라는 사실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7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았지만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 순양함 3척, 전함 8척, 구축함 3척이 반파되거나 침몰했다. 188대의 미군 전투기는 제대로 응전도 하지 못하고 파괴됐고 2402명이 희생됐다. 불과 90분 만에 일본 소형 전투기 353대가 진주만을 초토화시켰다.

미국 첩보 최악의 실수

진주만 공격 1년 뒤 커티스 르메이 미 공군 참모총장은 미국이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략공군사령부(SAC·Strategic Air Command)를 구축했다. 핵전쟁 시대에 대비한 것이다. 훈련이야말로 생존의 핵심 열쇠라고 생각한 그는 작전이 없는 날에도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그의 노력으로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주만 공격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2차대전 때와 매우 비슷한 상황에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군비 삭감에 나서고 있다. 해외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커나 축소하고 있다. 재정위기 탓이다. 그러나 핵에 목매고 있는 이란과 아시아의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나 북한 등 기타 국가들이 미국의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 미국은 적극적인 방위 태세를 갖출 수 있는 정당성이 있다.

적대세력 도발에 대비해야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한 프로그램에 나온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미국에 대한 ‘전자기충격(EMP)’ 공격의 우려를 제기했다. EMP는 핵무기가 대기권에서 폭발하면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 충격파로 항공기, 통신 시설, 도시의 전력망 등을 파괴하고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잡지 기자는 깅리치의 이 같은 발언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깅리치에 대해 “불안을 조장하는 전문적인 EMP그룹의 멤버”라고 말한 뒤 “이란과 북한 등이 미국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갖고 EMP 공격과 같은 도발을 실제로 일으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70년 전 일본이 설마 미국을 공격하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무너졌다.

워렌 코잭 < 소설가 >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 글은 소설 ‘르메이’를 쓴 워렌 코잭 작가가 ‘진주만과 이란, 그리고 북한(Pearl Harbor, Iran and North Korea)’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