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등 '민감 품목' 합의해야 공산품 협상
한국과 중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국내 절차를 이르면 내달 안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중 FTA 추진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농수산물 등 민감 품목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올해 선거 정국과 맞물리면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협상 타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산물 등 '민감 품목' 합의해야 공산품 협상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위해 필요한 국내 절차는 관보 게재-공청회-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로 한두 달 안에 이 절차가 끝나면 한·중 FTA는 민간 공동연구가 처음 시작한 2004년 이후 8년 만에 공식 협상을 개시한다.

한·중 FTA의 핵심 관심사는 중국이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수산물 개방 문제다. 또 FTA 체결로 한국 산업계가 누릴 수 있는 관세 철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산·관·학 연구를 모두 끝내고도 2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나서 양국 FTA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왔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FTA 체결을 ‘국가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측의 협상 개시 요구를 받아들인 것과 관련, “한·중 FTA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매년 급증하는 동아시아 역내 교역 규모를 감안할 때 서둘러 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9일 회담에서 크게 2단계로 의제를 나눠 FTA 협상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단계 협상 의제는 농수산물 등 한국 측이 그동안 시장 개방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던 민감 품목이다.

2단계 의제는 민감 품목을 제외한 공산품으로 정했다. 양국은 협상을 시작하되 1단계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민감 품목 개방에 대한 한국 측 우려를 감안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위한 토대는 마련됐지만 민감 품목 개방에 대한 반발에 부딪쳐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의 가장 큰 고비인 민감 품목에 대한 1차 협상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며 “한·일 FTA와 마찬가지로 정부 간 협상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