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삼성전자보다 현대차 그룹 3사 주식을 봐야할 때?'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올해 연간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른 공모펀드내 특정종목 편입비중 10% 제한으로 기관투자가가 더 이상 삼성전자를 사들일 여력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삼성전자 보유한도를 대부분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9일 "포트폴리오 내 특정 종목의 비중을 제한하는 '10% 룰'이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의 10%를 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10% 이상 늘릴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기관들의 매수가 집중되면서 비중이 거의 차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삼성전자를 시가총액 비중만큼 채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과 투자자문사가 이미 삼성전자를 상당부분 채운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은 지난해 10월말 삼성전자 주가가 90만원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51.23%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전날 50.23%까지 1%포인트 줄었다.

이런 수급 상황과는 달리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의 스마트폰 업체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4분기 최대 실적에 이어 올해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2012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183조원(전년대비 +11.0%), 영업이익 21조2000억원(+31.2%)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실적은 좋지만 제도상 이유로 기관의 수급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자본시장법의 10% 룰로 공모펀드 운용에 있어서 삼성전자를 통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상승을 논하기에 앞서 이제 이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강세를 나타내면서 약세를 보였던 현대차 그룹 3사의 주가 강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국내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의 매수 여력이 약해진다면 같은 IT업종 내 다른 종목들로 관심을 돌리거나 현대차3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 그룹 3사의 주가는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하는 수급 요인에 따라 상충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달 기관이 비중을 크게 확대한 삼성전자 주가는 5.38% 오르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1.18%)을 6.56%포인트나 웃돌았다. 반면 기관이 비중을 줄인 현대모비스는 7.92%, 외국인이 비중을 줄인 기아차는 4.44%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한 현대차는 보합에 머물렀다.

현대차그룹 3사의 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가보다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153조1913억원, 현대차 그룹 3사는 105조6504억원이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지배주주귀속순이익 컨센서스는 13조7947억원, 현대차 그룹 3사의 컨센서스는 14조9316억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17조8439억원, 현대차 3사가 16조4735억원이다.

박영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그룹 3개 회사의 주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관 등의 매수와 주가 모멘텀이 약화되면 오히려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류에이션 매력, 견조하고 대규모인 이익 추이의 안정 가능성을 감안할 때 2011년 12월의 상황에 비해 현대차 그룹 3사 주가에 대한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반전될 만하다는 분석이다.

최대식 B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자동차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내수가 10월 이후 마이너스로 돌면서 센티멘털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강했던 삼성전자로 기관 수급이 대거 쏠렸기 때문"이라며 "내수 비중은 20%가 채 안되고 수급상으로는 삼성전자에 과도하게 쏠렸던 수급이 어닝 시즌을 앞두고 실적 전망이 밝은 자동차업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