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소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기업들이 자진 신고해 내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증여가 이뤄지는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 납부하게 돼있는 현행 증여세 방식을 적용해 세금을 거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알아서 세액까지 산출해 자발적으로 내라는 뜻이다. 정부가 억지 세금을 만들어 놓고는 뒤탈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처음부터 그 어떤 과세 이론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제도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짜맞춘 탓에 세금산출도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이 세금은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는 특수관계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부과된다. 그렇지만 거래비율에서 수출을 위한 해외자회사 거래는 제외되고 지배주주 지분을 계산할 때는 다른 법인을 통한 간접출자가 포함되는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건과 단서가 많아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기한내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나중에 깜빡 실수로 세금을 덜 낸 것으로 나타나면 20%의 가산세를 꼼짝없이 더 물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면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고 알아서 내라고 하니 기업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난데없이 세금폭탄을 맞은 중소·중견기업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변호사와 세무사 회계사들만 특수를 맞았다.

한번 억지를 쓰면 계속 억지를 써야 한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에 그런 사례가 당연히 많다. 중기 적합업종을 자율로 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법제화됐고 무리한 기름값 인하는 알뜰주유소로 탈바꿈해 주변 주유소를 경영난에 밀어넣고 있다. 모두 안되는 정책을 억지로 하려니 생기는 일들이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역시 이런 전철을 결코 피할 수 없다. 기업들에 자진 납부하도록 해도 실제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하면 조세저항과 세금부과 취소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봐야 한다. 또 막상 세금을 걷으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비판을 피하려고 세율을 올리고 징벌을 강화하는 예정된 코스로 달려가게 된다. 정부는 왜 이런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