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 · SNS로 숨어 든 '독버섯' 자살 유혹
“그냥 죽으면 다 끝날 것 같습니다.(rla****)”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지난 2일 ‘자살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1326회 조회된 이 글에는 14건의 답변이 달렸다. 대부분 “정말 자살할 사람이라면 이런 글도 올리지 않았을 것(ghost****)”이란 냉소적인 반응이었지만 “저 자살할 건데요. 쪽지 주세요.(ros****)”처럼 동반자살을 권하는 섬뜩한 댓글도 있었다.

한동안 성행하던 ‘자살카페’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이처럼 지식교류서비스인 지식인 등으로 ‘자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블로그는 물론 지식인에까지 손을 내민 것이다.

문제는 자살을 만류하며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던지는 ‘착한’ 누리꾼도 있지만 “극약을 구해주겠다” “같이 죽자”며 자살을 부추기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용자들 간 쪽지로 정보를 교류하면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각종 자살 정보는 경기불황으로 넘쳐나는 구직자들, 생각보다 낮게 나온 점수에 좌절한 수험생들,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 등 불특정 다수를 유혹하고 있다.

◆은밀한 유혹 “쪽지주세요”

“자살카페 아시는 분, 자살할 의향 있는 분 댓글·답변 달아주세요.(ID 비공개)”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네요. 저도 더 이상은 못 살겠어요. 쪽지 부탁드려요. 몇몇이 함께하면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테니…(eter****)” “쪽지주세요. 급합니다. 같은 생각이에요.(tiat****)”

네이버 지식인에서 ‘자살’ ‘자살카페’ ‘죽고싶어요’ 등으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글이다. 경찰의 대대적인 블로그 및 카페 단속 이후 수사 사각지대인 지식인 등에 몰린 것이다. 현재 국내 포털사이트인 다음 카페는 ‘자살’ ‘청산가리’ ‘동반자살’ 등 자살 관련어를 금칙어로 정한 상태다.

네이버에서는 관련 단어를 치면 ‘우울증 자살방지 119 도우미(http://cafe.naver.com/elife1004)’ ‘자살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http://cafe.naver.com/838483)’ 등 자살예방카페로 접속된다. ‘쪽지’가 간단하고 은밀하게 자살정보를 교류하는 창으로 악용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자살카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비롯해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관련 기관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지만 자살카페는 ‘건전카페’로 위장해 암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남 합천에서는 지난해 7월 연탄가스로 동반자살한 남녀 3명에게 자살정보를 제공한 혐의(자살방조)로 ‘자살카페’ 개설·운영자 이모씨(39)가 붙잡혔다. 이씨는 유명 포털사이트에 자살이란 단어를 피하는 대신에 ‘동반동반’이란 카페를 개설한 뒤 다양한 자살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회원 80여명을 끌어들였다.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자살예방·생명존중문화조성법’에서 규정한 자살유해정보는 △자살동반자 모집정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제시 정보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사진·동영상 정보 △독극물 판매정보 △그 밖에 자살을 조장하는 정보 등이다.

유해정보는 적시했지만 지식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유통경로가 확장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최근 지식인에 ‘죽고싶어요. 쪽지 주세요’란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잦다”며 “화면을 캡처한 뒤 포털사이트에 신고하지만 이용자들끼리 쪽지를 주고 받는 행위까지 막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이버명예경찰 ‘누리캅스’ 자살방지 앞장서

자살을 만류하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도 있긴 하다.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받던 여중생이 지난해 12월 지식인에 올린 ‘자살하고 싶어요’란 글은 5580회 조회됐고 93건의 답변을 받았다. 답변 대부분은 자살을 만류하는 내용이었다.

“많이 힘들지? 나도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야. 니가 지금 하려는 행동은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야. 죽으면 안돼.(she****)” “청소년상담사입니다. 고민하지 말고 쪽지나 카카오톡으로 연락주세요.(outside****)”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말하세요.(os****)”

인터넷에 넘쳐나는 자살유해정보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산하 ‘누리캅스(http://www.nuricops.org)’도 걸러낸다. 교사·주부 등 일반 시민을 사이버명예경찰로 위촉해 구성한 누리캅스는 2009년부터 매년 ‘자살유해정보 모니터링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블로그는 물론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까지 저인망으로 뒤져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청은 이들이 수집한 각종 유해정보를 취합, 해당 포털사이트에 전달한다. 포털사이트는 직접적으로 자살을 권했는지, 자살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는지, 자살도구를 판매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글을 삭제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한다.

지난해 6월 열린 3차 모니터링데이에는 자살유해정보 6000여건이 수집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어 단순하게 ‘자살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글까지 삭제 요청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해 자살 방법, 자살자 모집 등 자살방조 혐의가 적용될 만한 행위를 하면 적발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도 2005년 개설한 사이버상담실(http://www.counselling.or.kr. 1577-0199)을 통해 자살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정신과전문의,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정신보건 전문간호사, 상담전문가 등 정신보건 분야 전문가들로 상담진을 구성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상담사들은 소액의 활동비만 받을 뿐이라 사실상 자원봉사나 다름없다”며 “포털에서도 어디까지 자살유해정보로 보는지 기준이 불분명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최근 자살카페, 자살 관련 사이트 수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