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달인, 박재완 장관 "재정부 상층부 소통 문제" 내부 비판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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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소통의 달인이다. 주요 회의때마다 부하직원들에게 민생현장, 서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소통에 나서는 몇 안되는 장관중 한 명이다. ‘페친’만도 족히 수백명은 넘는다. 틈만나면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올리면서 네티즌의 반응을 떠보기도 한다.
그런 박 장관이 일격을 당했다. 재정부 내부, 특히 “상위레벨에서의 소통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재정부 1급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1급)이 5일 사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나면서 부서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구 차관보의 비판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것인 만큼 신랄했다.
그는 “각 실, 국이 타 실,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꺼려한다”,“고질적인 칸막이 문화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400조원 가까이 되는 나라살림을 주무르는, 다른 부처를 압도하는 공룡부처다. 예산, 세제, 정책조정, 공공정책을 주무르는 파워풀한 기관이다. 구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같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일수록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이 추진중인 대규모 조직개편에 앞서 소통이 우선이라는 지적을 에둘러 한 것이다.
그는 재정부 인사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구 차관보는 “일부 국의 인재 쏠림현상이 지나치며,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탁인사에 대해서도 “구성원간의 거리감만 부각되고 자칫 조직이 냉소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인적자본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인재를 길러내기 보다는 매번 인사 때면 각 실국이 좀 더 나은 인재를 영입하고 난리를 치고, 힘있는 부서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나람살림을 중장기 발전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부의 모습은 하부구조가 너무 취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는 게 재정부를 떠나는 구 차관보의 솔직한 진단이다.
재정부는 옛 재무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해 탄생한 공룡부처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합과 해체를 반복해왔다. 조직의 화학적 융합이 제대로 안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금도 재정부 인사과장은 재무부 출신과 예산처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맡고 있다.
그가 재정부 부하직원들에 남긴 마지막 부탁은 “역할과 권한을 행사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부는 누가 뭐래도 많은 경우 ‘갑(甲)’의 입장에 있다”며 “자칫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정’인 재정부, 특히 박재완 장관에 대한 비난으로 이해될 수 있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만 31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조직에 대한 섭섭함, 공직에 미련도 없다”며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차관보가 올린 글은 이미 재정부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재정부 1급은 일반인에게는 존재감이 없을지 모르지만 정부내에서 갖는 존재감은 특별하다. 구 차관보처럼 재정부 1급이 곧바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개 산하기관장이나 차관급 보직을 받는 것이 관례다. 청와대에서도 재정부 1급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게 불문률이다. 그만큼 재정부 1급은 공직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구 차관보는 행시 24회로 1981년 공직을 시작했다. 24회 동기모임은 청풍초(淸風草)다. 청렴한 공직 생활로 사회에 맑은 바람을 일으키자는 뜻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그런 박 장관이 일격을 당했다. 재정부 내부, 특히 “상위레벨에서의 소통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재정부 1급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구본진 재정업무관리관(1급)이 5일 사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나면서 부서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구 차관보의 비판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것인 만큼 신랄했다.
그는 “각 실, 국이 타 실,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꺼려한다”,“고질적인 칸막이 문화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400조원 가까이 되는 나라살림을 주무르는, 다른 부처를 압도하는 공룡부처다. 예산, 세제, 정책조정, 공공정책을 주무르는 파워풀한 기관이다. 구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같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일수록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이 추진중인 대규모 조직개편에 앞서 소통이 우선이라는 지적을 에둘러 한 것이다.
그는 재정부 인사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구 차관보는 “일부 국의 인재 쏠림현상이 지나치며,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탁인사에 대해서도 “구성원간의 거리감만 부각되고 자칫 조직이 냉소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인적자본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인재를 길러내기 보다는 매번 인사 때면 각 실국이 좀 더 나은 인재를 영입하고 난리를 치고, 힘있는 부서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나람살림을 중장기 발전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부의 모습은 하부구조가 너무 취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는 게 재정부를 떠나는 구 차관보의 솔직한 진단이다.
재정부는 옛 재무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해 탄생한 공룡부처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합과 해체를 반복해왔다. 조직의 화학적 융합이 제대로 안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금도 재정부 인사과장은 재무부 출신과 예산처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맡고 있다.
그가 재정부 부하직원들에 남긴 마지막 부탁은 “역할과 권한을 행사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부는 누가 뭐래도 많은 경우 ‘갑(甲)’의 입장에 있다”며 “자칫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정’인 재정부, 특히 박재완 장관에 대한 비난으로 이해될 수 있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만 31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조직에 대한 섭섭함, 공직에 미련도 없다”며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 차관보가 올린 글은 이미 재정부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재정부 1급은 일반인에게는 존재감이 없을지 모르지만 정부내에서 갖는 존재감은 특별하다. 구 차관보처럼 재정부 1급이 곧바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개 산하기관장이나 차관급 보직을 받는 것이 관례다. 청와대에서도 재정부 1급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게 불문률이다. 그만큼 재정부 1급은 공직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구 차관보는 행시 24회로 1981년 공직을 시작했다. 24회 동기모임은 청풍초(淸風草)다. 청렴한 공직 생활로 사회에 맑은 바람을 일으키자는 뜻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