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택리지' 알아야 무역강국 유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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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국토·지리 교육 철저…산업입지 이해로 경제활동 활발
정교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절실"
권용우 < 성신여대 교수·도시정책학 >
정교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절실"
권용우 < 성신여대 교수·도시정책학 >
올해는 한국이 세계무역 9대국에 우뚝 섰다는 긍지 속에 출발한다. 지속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경제영토를 개척한 결과다.
세계지도를 펼쳐 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와 미국이 무역대국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콜럼버스 대항해 이후 좁은 자기나라를 뛰쳐나와 드넓은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 나라다. 영어라는 소통 문화를 갖고 있는 미국은 풍부한 자원을 제품으로 만들어 세계에 팔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들이 세계 무역대국이 됐을까? 지리학도의 관점에서 두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이들 나라가 공히 국가 패러다임을 과학·기술·문화에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이들 나라의 각종 제품을 멀리 하거나 이들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부딪치지 않고는 살기 어렵게 됐다.
다른 하나는 이들 나라가 자국 국토와 세계를 동일한 생활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거의 평생 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국토와 세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각급 교육과정의 ‘학교교육’을 통해 국토와 세계를 알게 한다. 자기 동네를, 고향을, 도시를, 국토를, 세계지역을 차례로 속속들이 알게 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시민교육’을 실시해 국토와 세계에 대한 소양을 쌓게 한다. 아주 치밀하고도 정교한 국토와 세계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자연스럽게 국민들 마음속에 국토사랑의 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유년기부터 국토와 세계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너무도 당연하게 자국의 이익을 꾀하며 국토와 세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국토와 세계교육을 통해 자기들 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확고한 생각이 마음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계속 서려면 국토와 세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닫고 있다. 말 그대로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백전백승(百戰百勝)하는 삶의 양식이다. 이렇게 보면 과학·기술·문화를 중심에 두고 국토와 세계를 잘 아는 국민들이 세계무역의 중핵으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문화를 국가적 패러다임에 둔 것은 이들 나라와 동일하다. 전자제품, 자동차, 배, 석유정제품, 한류 문화 등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과학·기술·문화 영역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국토와 세계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심증이 가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일부에서는 국토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세계를 놀러가는 여행지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이런 풍조로는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무역대국의 반열에 서기 어렵다. 국토 어느 곳이 과학·기술·문화산업을 하기 좋은 적지(敵地)인지, 세계 어떤 곳이 한국산 과학·기술·문화상품을 내보낼 수 있는 나라인지를 아주 정밀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어릴 때부터 사회에 나와서까지 학교와 사회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국토와 세계 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다. 가령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지리, 생리, 인심, 산수의 네 가지를 갖춰야 살기 좋은 곳이라 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뜻하는 생리는 땅이 기름지고 물물교환하기 좋은 곳으로 봤다. 국토를 훤히 꿰뚫은 해석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과학·기술·문화를 활성화하고 국토와 세계를 정확히 알아야 할 때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축에 당당히 서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권용우 < 성신여대 교수·도시정책학 >
세계지도를 펼쳐 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와 미국이 무역대국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콜럼버스 대항해 이후 좁은 자기나라를 뛰쳐나와 드넓은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 나라다. 영어라는 소통 문화를 갖고 있는 미국은 풍부한 자원을 제품으로 만들어 세계에 팔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들이 세계 무역대국이 됐을까? 지리학도의 관점에서 두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이들 나라가 공히 국가 패러다임을 과학·기술·문화에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이들 나라의 각종 제품을 멀리 하거나 이들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부딪치지 않고는 살기 어렵게 됐다.
다른 하나는 이들 나라가 자국 국토와 세계를 동일한 생활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거의 평생 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국토와 세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각급 교육과정의 ‘학교교육’을 통해 국토와 세계를 알게 한다. 자기 동네를, 고향을, 도시를, 국토를, 세계지역을 차례로 속속들이 알게 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시민교육’을 실시해 국토와 세계에 대한 소양을 쌓게 한다. 아주 치밀하고도 정교한 국토와 세계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자연스럽게 국민들 마음속에 국토사랑의 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유년기부터 국토와 세계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너무도 당연하게 자국의 이익을 꾀하며 국토와 세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국토와 세계교육을 통해 자기들 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확고한 생각이 마음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계속 서려면 국토와 세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닫고 있다. 말 그대로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백전백승(百戰百勝)하는 삶의 양식이다. 이렇게 보면 과학·기술·문화를 중심에 두고 국토와 세계를 잘 아는 국민들이 세계무역의 중핵으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문화를 국가적 패러다임에 둔 것은 이들 나라와 동일하다. 전자제품, 자동차, 배, 석유정제품, 한류 문화 등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과학·기술·문화 영역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국토와 세계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심증이 가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일부에서는 국토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세계를 놀러가는 여행지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이런 풍조로는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무역대국의 반열에 서기 어렵다. 국토 어느 곳이 과학·기술·문화산업을 하기 좋은 적지(敵地)인지, 세계 어떤 곳이 한국산 과학·기술·문화상품을 내보낼 수 있는 나라인지를 아주 정밀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어릴 때부터 사회에 나와서까지 학교와 사회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국토와 세계 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다. 가령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지리, 생리, 인심, 산수의 네 가지를 갖춰야 살기 좋은 곳이라 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뜻하는 생리는 땅이 기름지고 물물교환하기 좋은 곳으로 봤다. 국토를 훤히 꿰뚫은 해석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과학·기술·문화를 활성화하고 국토와 세계를 정확히 알아야 할 때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축에 당당히 서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권용우 < 성신여대 교수·도시정책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