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5일 새벽 22억5000만달러의 달러표시 채권(글로벌 본드)을 발행했다. 한국계 금융회사 중 사상 최대규모다. 특히 하루 전 미국 금융회사 씨티그룹이 발행한 채권보다 금리가 훨씬 낮아 김정일 사망 후에도 한국계 채권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이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5년 만기 12억5000만달러어치, 10년3개월 만기 10억달러어치 2가지다. 5년 만기 채권(표면금리 연 4%)는 미국 국채금리(5년)에 315bp(1bp=0.01%포인트)를 더한 가격에, 10년3개월 만기 채권(표면금리 연 5%)은 미국 국채금리(10년)에 305bp를 더한 가격에 각각 발행됐다.

지난 4일 씨티그룹이 5년만기 25억달러어치 채권(표면금리 연 7%)이 미 국채(5년)에 360bp를 더한 가격에 채권을 발행한 것과 비교할 때 수출입은행이 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무디스는 정부 보증기관인 수출입은행의 신용등급을 우리나라의 등급과 같은 A1으로,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은 A3로 분류하고 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GE·크라이슬러·포드·메트라이프 등 미국 주요기업들과 미주개발은행(IDB), 필리핀 정부, 수출입은행이 동시에 총 14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경쟁했지만 우리 쪽에 사겠다는 수요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규모는 수출입은행의 올해 외화채권 발행목표 110억달러 중 20%에 달한다. 연초부터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것에 대해 최 부장은 “오는 2월부터는 유럽계 채권 만기가 몰려 있어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시장여건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