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1호 경제·경영시험 TESAT] '게임의 신' 테샛 만나 '공부의 신'으로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김민준 군(19·대구 대륜고). 그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게임중독자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 전원부터 켰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게임에 매달렸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몸무게가 120㎏까지 불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받은 첫 수학 성적은 50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김군은 우연히 신문에서 테샛 소개 기사를 읽게 됐다. 중학생 시절 사회와 경제과목에 흥미를 느꼈던 터라 중간고사가 끝난 후 바로 테샛을 준비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와 ‘맨큐의 경제학’을 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김군에게 테샛 공부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석 달 동안 독학으로 경제학에 매달린 결과 4회 테샛에서 1급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날아갈 듯 기뻤어요. 게임으로 전국 1등을 할 뻔한 적은 있었지만 공부로 상을 타게 될 줄은 몰랐죠.”

기뻐하는 김군과 달리 부모님은 걱정이 앞섰다. 김군의 아버지 김진호 씨는 “학과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 이후로 너무 경제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결과는 그후에 나타났다. 언어, 수학, 외국어 등 다른 과목의 성적이 더 크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 김군의 성적표는 내신 전교 1등, 수능 모의고사 언·수·외 1등급, 백분위 99.95%로 바뀌었다. 어학연수 경험도 없지만 텝스 점수도 930점까지 올랐다. 좋아서 시작한 경제 공부가 학교 공부까지 잡아준 것이다.

김군은 EBS 공부의 왕도에 ‘모든 길은 경제로 통한다’편에도 출연했다. 학교 친구들은 그를 ‘경제의 신’으로 부른다.

“경제학 책을 이해하려면 언어 능력이 필요하고 영어 원서를 읽으려면 영어 능력이 요구됩니다.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려면 자연계 수학도 알아야 하고요. 추론 능력과 고도의 논리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논술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무엇보다 경제를 알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시간싸움이라는 입시에서 지름길을 택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김군은 테샛을 공부하면 수능이나 내신시험 경제 문제 정도는 가볍게 정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테샛은 단순히 용어의 뜻을 묻지 않고 경제적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 공부의 첫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개인의 금전적 손해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정부의 신뢰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경제교육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군은 서울대에 합격한 후《청소년을 위한 만만한 경제학》이라는 책을 냈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 문제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경제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군은 “대학생이 되면 테샛 동아리대항전에 출전해 꼭 수상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