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일본은 왜 인도에 공들이나
일본의 인도 진출이 활발하다. 노다 총리가 지난주 인도를 직접 방문해 협력의 보따리를 풀었다. 안보면에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당장 일본 자위대와 인도 해군이 공동 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44년간 금지된 무기 수출의 빗장을 풀면서까지 인도에 무기를 공여하려는 일본이다. 이미 양국은 미국과 더불어 남중국해 안보 플랜을 마련했다고 한다.

물론 경제 협력이 메인 테마다. 이번 방문에서 노다 수상은 1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뉴델리에서 뭄바이로 이어지는 산업벨트 건설계획에 45억달러 투자안을 내놨다. 희토류 등 천연자원 개발도 일본이 적극 나설 채비다. 인도에 진출한 기업은 800개로 4년 만에 두 배가 늘었다고 한다.

중국 영향력 견제 모양새

지금 인도의 경제력은 좋지가 않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2년 이후 최저치다. 성장둔화와 고물가 고금리 등 삼중고에 경제가 시름시름하고 있다. 2008년을 고비로 외국인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투자 효율이 동남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부패가 극심하고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것만 보면 인도에 투자하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도의 시들지 않은 잠재력과 역량을 잘 관찰해야 한다. 현재 인구만 12억명이고 인구의 70% 이하가 18세 이하 젊은 층이다. 2030년이면 중국을 추월해 최다인구국이 된다. 그때쯤이면 인도의 중산층이 10억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면 인도는 단연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 강국이다. 인도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을 하는 한국인 CEO들은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고급 인력이 너무나 많아서다. 한 해에 20만명씩 교육받은 IT 인력이 쏟아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콜센터나 서비스 센터를 두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인력이 있어서다. 세계 최대 아웃소싱 기업 인포시스도 이 인력으로 성장해왔다.

글로벌 체제 재편 直視해야

무엇보다 인도의 가장 큰 저력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주한 인도인들이다. 인도는 미국 유학 세계 2위 국가다. 이들 상당수가 미국에 남는다. 이미 실리콘 밸리는 인도인들이 점령했다고 말할 정도다. 애플의 아이폰도 인도 기술자들이 없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국에 돌아간 인도인들도 계속 미국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본국에 돌아간 인도인들 중 84%가 한 달에 한 번씩 미국의 지인과 접촉하며 66%가 전직 동료와 얘기를 나눈다. 중국의 화상(華商)들보다 평균 10%가 높다. 인도 인맥은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얽혀 있다. 물론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강점이다. 유럽의 인도 인맥은 말할 것도 없다.

인도는 이제 아시아를 되돌아본다. 싱 총리가 동방정책(look east)을 정책의 화두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인도 언론들도 아시아를 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자 강제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일본이 인도에 접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다보면 미래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이 크게 바뀌는 마당에 재빨리 미래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인도에서 성공한 기업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안중에 없고 너무나 중국과 미국 일변도다. 이들 G2가 갖는 파워를 애써 줄일 필요는 없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두눈을 부릅떠야 할 시점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