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초과 소득에 38%의 세율을 물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12월31일 새해를 몇 분 앞두고 국회에서 기습 통과됐다. 법 개정에 따라 6만6000여명의 고소득 자영업자(변호사 의사 등)와 금융자산가, 봉급생활자들이 7700억원의 세금을 더낼 것으로 추정된다. 고소득층 증세의 신호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법안을 주도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반대론자인 친박계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으로부터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서대문을·재선)은 총선 위기감이 큰 서울의원들의 여론을 대변한다. 추가감세 철회를 관철시켰던 정 의원이 이번에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다. 당내 쇄신파의 대표주자인 그는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한나라당은 진정한 중도보수 정당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으로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에 앞장선 이유는 무엇인가.

“복지 지출이 늘고 있다. 재정건전성도 위험하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세금을 더 걷을 때 재산이 많은 사람이 그 첫 대상이라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당장 당내에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증세가 불가피한 시점이라면 거기에 대해서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 증세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더 포퓰리즘에 가깝다. 특히 복지 지출을 늘리면서 증세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빚내서 복지하자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한 포퓰리즘이 어딨나.”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법안을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나.

“한나라당이 추진하지 않아도 총선 직전이 되면 야당에서 주장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으로 몰 것이다. 지난 회기에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처리했어야 할 법안이었다.”

▶개정안의 효용성에 대해 논란도 있다.

“세수확보 차원에서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대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번 증세 조치 대상이 부자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증세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다. 또 종합적인 세제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의미도 있다.”

▶정치적 효과를 생각한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진정한 중도보수 정당이 되는 신호탄이다. 추가감세를 철회할 수 없다는 정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볼 수 없다. 증세에 앞장서지 않았다면 부자정당이라는 야당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선을 긋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나서서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를 철회한다는 선언이다. MB노믹스는 결국 레이거노믹스와 다름없다. 무조건적인 감세 주장은 30년 전의 경제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다. 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이 재원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쓰고, 그 결과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자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너무 쉽게 바뀌는 게 아닌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1년 전에만 해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지만, 이제 아무도 신자유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 추가감세 철회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받았지만, 이를 추진하지 않았으면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 꼴이 우스워졌을 것이다. ”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