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새해 결심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1953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20년 후의 목표’에 대한 조사를 했다. 70%의 학생은 대강의 목표가 있으나 구체적이지는 않았고, 10%는 별다른 목표가 없었다. 명확한 목표를 글로 적어 갖고 있다는 학생은 3%였다. 22년 후 추적조사를 해 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목표를 적어놓았던 3%가 나머지 97%의 졸업생 전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했던 것이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줄기차게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조사다. 물론 목표를 정한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다. 예컨대 비장하게 금연을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식구들이나 직장동료들 눈치 봐가면서 빠끔거리는 애연가는 여전히 많다. 그 이유는 뭘까. 소크라테스는 이성이 저지르는 일종의 실수로 봤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끔 이성이 감정이나 욕망에 압도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비합리적이란 의미다.

최근의 연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성적 사고에 기반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능력이 있지만 그 결정들은 종종 본능적 감정보다 취약한 것으로 판명난다고 한다. 오늘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즐거움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하지만 내일은 케이크에 대한 욕구가 이성을 짓누르면서 약간의 과체중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킨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결심은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게임이론 분석으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탄 토머스 셸링도 비록 작심삼일로 끝나는 한이 있다 해도 일단 결심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결심을 어겼을 때 부담을 갖고 마음을 가다듬기 때문이란다. 맞대결을 할 때 배수진을 치는 쪽의 승산이 높은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새해를 맞아 크고 작은 결심들을 했을 게다. 인생의 목표 같은 거창한 계획에서부터 금연 다이어트 영어공부 등 생활형 결심까지 내용은 다양할 것이다. 며칠 못가서 삐끗한다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느슨해진 마음을 추스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혹 결심이 흐트러질 기미를 보이면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결심 실천 성공 방안’을 참고할 만하다. 결심을 작은 단계들로 나눠라, 성공했을 경우의 이점을 자주 상기하라, 목표 단계를 성취할 때마다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해라, 냉장고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이행성적표를 붙이고 점검하라….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