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경영전략] 임진년, 총수들의 화두  "위기 때 공격투자"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를 얘기하기엔 우리 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힘든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수치다.

위기의 징후는 이미 도처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와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에 이어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 정체가 변수로 등장했다. 국내에선 북한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2년째인 작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으로 정기 출근하면서 각종 현안을 직접 챙겼다.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토대를 닦기 위해서다. 올해도 ‘출근 경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신년 화두는 ‘공격경영’이 될 전망이다. 과거 경영여건이 좋지 않았을 때 항상 공격적인 투자와 신시장 개척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던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는 점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1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내년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올해 투자 규모가 작년(43조원)보다 많은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존 사업 재편도 본격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부품과 세트로 이원화하고 삼성LED와 S-LCD(소니와의 합작사) 사업구조를 전면 재조정했다. 태양광 바이오 의료 등 신수종사업 강화를 위한 추가 전략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시장 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위기 때 오히려 투자를 확대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역발상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체 투자액의 82%(11조6000억원)를 국내에 집중하고, 고용을 확충키로 한 대목에서는 재계 맏형으로서 국가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하려는 책임감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새해 경영화두는 ‘기본에 충실할 것’과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작년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실적부진에 시달린 가운데 1년 내내 경쟁력 복원에 주력했다. 그 결과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어 고전한 가운데 작년 하반기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휴대폰을 2개월 만에 30만대나 팔았다. 올해도 TV와 휴대폰 분야에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쟁사와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 경영화두 역시 ‘위기극복’과 ‘미래’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검찰수사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잡고 다시 재도약을 이루는 데 방점을 둘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올해 사상 최대인 1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 성장에너지 확보와 스마트 환경 구축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집중 투입한다. 그룹 신성장엔진이 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마무리짓는 것도 올해 최 회장의 주요 경영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얼마나 리스크 관리를 잘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느냐가 올해 주요 그룹 총수들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