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만 과학기술인력 양성하자
세계 경제는 지금 미증유의 금융위기,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 출발한 이 위기는 마치 나비 효과처럼 모든 국가들에 퍼지면서 세계 각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 위기가 결국 장기불황을 낳고 자본주의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불안과 공포가 팽배해지면서 오로지 자국의 생존과 안위만을 꾀하려는 홉스식 세계관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수차례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진보와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였다. 다시 말해 위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진통에 불과할 수도 있다. 위기는 낡은 체제가 만들어 내지만 새로운 시대는 과학과 산업의 혁명이 그 길을 열어왔다. 영국이 17세기 초 남해회사의 거품으로 인한 경제적 대위기를 넘긴 것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의 힘이었다. 1870년 세계 경제 위기를 거친 다음에도 발명의 대혁명이 나타났다. 에디슨의 전구와 웨스팅하우스의 변압기, 벨의 전화기 등이 모두 이 시기에 탄생했다. 작은 사례지만 우리나라도 IT 혁신이 기술 투자와 새로운 산업 수요를 창출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었다. 펠프스 교수가 “위기가 발명을 가속화하며 발명품들이 새로운 산업들을 양산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사정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또 한 차례 과학기술의 빅뱅, 산업의 빅뱅을 기다리고 있다. 기술과 비기술 간 융합이 일어나고 산업과 비산업적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상품 수요는 침체 상태지만 기술 개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3년간 기업 R&D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무언가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혁명기를 대비할 10만명 기술 인력을 준비할 때다. 미래를 열어갈 역동적 인재가 절실하다. 한국경제신문이 ‘10만 과기인력 양성하자’는 주제로 어제 스트롱 코리아 선포식을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의 신기원을 누가 먼저 여는지가 21세기를 지배한다. 10만 과학기술 인력을 키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