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음악의 대부 조동진과 포크 듀오 ‘어떤 날’ 멤버인 조동익의 막내 동생, 영화감독 고(故) 조긍하의 7남매 중 막내딸, 잘나가는 여행작가, 작사가, 파워블로거, 세 아이의 엄마….

수많은 수식어만 봐도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조동희 씨(38·사진)를 만났다. 첫 앨범 ‘비둘기’를 내고 오는 21일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중고 신인’이라고 불렀다. 음악활동을 시작한 지 18년 만에 첫 단독 앨범을 내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다들 동요를 따라 부를 때 스물여섯 살 위인 오빠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을 판이 닳도록 들었죠. 겉멋이었지만 중학교 때 낙원상가에 가서 3만원짜리 핑크색 기타를 샀어요. 당연히 가수가 꿈이었죠. 서울예대 영화과를 진학한 그는 우연히 조규찬 데뷔 앨범의 듀엣곡을 연습하다가 ‘조용히 떠나보내’라는 곡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1993년, 스무살 때의 일이었다.

1998년 하나음악 옴니버스 앨범 ‘뉴페이스’에 참여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2002년 신윤철의 밴드 ‘원더버드’에 합류, 2집 보컬·작사·작곡에 참여하면서 ‘이제 솔로 앨범을 내도 되겠다’고 결심한 찰나, 갑자기 사랑이 찾아왔다. 연애 반년 만에 결혼하고 첫딸을 낳은 다음 해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1년 전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예전의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용기를 주시더군요. 여섯 살난 딸도 응원해줬고요. 그래서 컴퓨터에 큐빗(음악 작곡 프로그램)을 다시 깔았죠.”

마음을 굳히고 제주도에 사는 오빠 조동익을 만나러 갔다. 그 무뚝뚝하던 오빠가 ‘푸른곰팡이’를 찾아가라고 하면서 선뜻 ‘행복한 여행자’라는 곡까지 선물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첫 앨범이다.

‘비둘기’ ‘그게 나예요’ ‘혼자’ 등 자작곡은 공허한 듯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안개 자욱한 날 더 짙어지는 커피향과 닮았다.

“앨범 몇 장 더 내도 될 만큼 만들어놓은 곡이 많이 쌓여 있어요. 아이들이 듣기에는 좀 어려운 곡들인데, 아이들 유치원 선생님이 요즘 제 음반을 계속 틀어놔서 그곳 아이들이 다 따라 부른대요. 다음 앨범을 만들 땐 아이들도 생각해야겠어요.”

공연은 21일 서울 장충동 웰콤시어터. (02)582-4098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