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미국 소비 호조가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 수 있을까.

28일 미국 연말 쇼핑시즌 첫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우수한 성적에 힘입어 IT(정보기술)주들이 동반 상승,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우려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소비 호조 모멘텀이 이후 증시 상승을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61포인트(2.00%) 뛴 1812.01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3.94% 올라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 조사기관 쇼퍼트렉(Shopper Trek)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인 지난 25일 오프라인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14억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IBM 코어메트릭스가 집계한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3%나 성장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긍정적인 영향력이 IT를 비롯한 일부 수출업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거시경제 지표 개선 추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의 연속성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소비 호조가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주에 호재로 작용해 코스피지수의 하방경직성을 높여주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소비호조 소식이 현재 하락 혹은 정체국면에 놓인 증시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보다는 기존 소비업종의 강세국면 지속 연장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권한다"며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한국 증시의 상승폭은 미 증시의 오름폭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소비경기 회복의 지속성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증시 방향성보다 업종 선택의 관점으로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국내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 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주식형 펀드는 6주 만에 163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경우 90억달러 순유입되며 전주(33억달러) 대비 유입규모가 확대됐다.

일각에선 미국 소비호조가 연말 랠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고수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말 쇼핑시즌이 블랙프라이데이로 양호하게 출발한 이후 크리스마스까지 수 주간 이어진다면 IT 뿐 아니라 미국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자동차도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소비 개선에 대한 기대가 IT와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 업종을 뒷받침한다면 코스피지수는 1900선 중반 부근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