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량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회사채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안정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올 8월 이후 확대됐던 기업 신용 우려가 차츰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상반기 채권투자를 미뤄왔던 보험사들도 회사채 비중 확대에 가세하면서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신용스프레드)는 최근 10일 연속 줄었다.

◆신용스프레드 열흘째 하락

한국 기업 '유럽 無風'…잇단 低利 자금조달
포스코는 28일 10년 만기 회사채를 연 4.12% 금리에 발행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금리(25일 기준 6.69%, 7.26%)보다 2.5%포인트 이상 싼 비용에 1600억원을 조달했다. 포스코와 이탈리아 채권 간 금ㅈ리 차는 유럽 위기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0.23%포인트에 불과했다.

LG화학은 내달 5일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3.83%의 이자에 발행할 계획이다. 이번 회사채는 신용위험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금리는 ‘무위험’으로 평가되는 국고채보다 불과 0.4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신용평가사들이 LG화학의 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한 덕분이다.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AA- 등급 기준) 금리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는 11일 0.90%포인트에서 10거래일 연속 좁혀져 25일엔 0.76%포인트를 기록했다. 조도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전략팀 부장은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해 해외 신용물과 디커플링(비동조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보험사들도 금리가 높은 회사채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회사채 금리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디커플링 지속 전망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국채의 ‘안전자산’ 매력을 키우면서 유럽 채권시장과의 디커플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종민 삼성증권 크레디트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 재정 펀더멘털의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내년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완만한 하향 추세를 보이더라도 우량기업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7일 유럽 국가들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유럽의 신용등급 하락을) 정상화 과정으로 본다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고 언급, 유럽과 한국 간 ‘선 긋기’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8월 이후 한국기업평가가 등급을 매긴 기업 중 15곳의 신용등급은 ‘긍정적’ 전망을 받거나 ‘상향검토’ 대상으로 평가됐다.

이태호/김은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