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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수곡면에서 사료를 직접 재배, 자급자족하며 젖소 130마리를 키우는 삼산목장 허기종 대표(사진). 1975년 경상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후 경남 산청군 단성면 일대 8000평 부지에 축사를 짓고, 낙농업에 뛰어들었다.

먹고 살기 궁핍했던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낙농업 사업 시작의 계기였다. 낙농업 자체가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고, 정부에서도 낙농 사업을 독려했기 때문이었다. 젖소의 젖을 3년 동안 손으로 직접 짜는 ‘중노동’을 견뎌내며 기어이 ‘40세 사업가’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그는 1986년 낙우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경남도청 축산과의 ‘산청군 시범낙농사업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수입 젖소 50마리를 도청 예산으로 도입하는 데도 앞장섰다. 오늘날의 산청군이 낙농단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허 대표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7월에는 경남낙농축산업협동조합 조합장으로 협동조합 개혁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기도 하는 등 36년간 오로지 낙농 외길을 걸어 왔다.

허 대표는 “낙농은 과감한 선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장치산업의 특성으로 축사 건축은 물론 몇 억원이 드는 각종 기계류 구입비, 사료비 등에 우유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투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낙농진흥법의 초기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집유의 일원화’ ‘쿼터의 일원화’ 우유 값의 안정을 위한 ‘원유 가격 연동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현재 서울우유, 부산우유 등 대형업체 여러 곳에서 집유 차량이 와서 각자 수거해 가고 있는데 이를 시정, 집유할 곳을 지정해 각 협동조합 차량이 한 곳에서 수거해 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이번 원유가 인상으로 아쉽지만 낙농가의 경영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생각한다”며 “극한투쟁을 통한 낙농가의 원유가 인상은 이번으로 끝을 내고 정부, 낙농가, 유업체, 소비자가 포함된 위원회를 구성해 농가를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고품격 우유를 공급할 수 있는 낙농제도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ㆍ미 FTA와 관련,그는 국회 비준이 통과된 현 시점에서 장차 수입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면 더욱 쿼터량이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낙농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항변했다.

허 대표는 “넓디넓은 목초지를 확보하고 자유롭게 방목해서 키우는 낙농 선진국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낙농업은 낙후돼 있다”면서 “정부가 이런 농가의 현실을 감안해 낙농업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대책을 수립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