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인수 당시 유진그룹 측이 기존 경영진에 7년 이상 경영권을 보장했다"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2대 주주이나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이마트를 둘러싼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의 경영권 다툼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경영권 전담 약속'에 대한 진실이 사태 해결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한꺼풀만 벗기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선 회장은 대우전자 때부터 지금까지 하이마트를 일궈낸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이마트 내에서도 기존 창립멤버를 중심으로 한 유대관계가 매우 끈끈하다고 합니다.

반면 유 회장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경험이 전무한 유통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하이마트는 유진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하고, 그룹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이마트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최대주주로 들어왔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유진 측은 푸념합니다. 선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으로 그간 계속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하이마트 측은 상장 시에도 유통에 노하우가 전혀 없는 유진의 경영 참여를 리스크로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유진이 경영한다면 선 회장과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애초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대합니다.

전문 경영인을 내세운 이유는 명백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양측 모두 '주주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이마트는 어느 한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 임직원들과 주주들의 회사다. 선 회장이 새로운 회사를 차리겠다고 한 내용은 주주와 회사 관련 이해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일이다"

"유 회장은 일주일에 두 번씩 업무보고를 받았고 경영상황을 꼼꼼히 체크했다. 유진기업이 어려우니 잘 나가는 하이마트에 기대려고 한다. 유진의 31%만을 위해 나머지 69% 주주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하이마트 주가는 이미 타격을 받았습니다. 선 회장이 퇴임할 경우 이와 관련된 우호지분 약 28%가 나오면 주가는 더 출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수습된다해도 그룹과의 마찰 리스크는 앞으로도 주가에 부담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6월 주당 5만원대에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한 뒤 최근 9만원대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습니다. 성장성을 보고 하이마트에 투자한 일반 주주에게 이번 사태는 뜻 밖에 암초를 만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상장 업체로서 진정 주주를 위한다면, 그 길이 과연 무엇인지 왜 진작에 고민하지 못했던 걸까요.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