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를 둘러싸고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경영권 보장' 진실 공방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하이마트 측은 유진기업이 인수 당시 현 경영진에 최소 7년 이상 경영권을 보장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진기업 측은 하이마트를 인수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경영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25일 하이마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7년말 하이마트 인수의향을 밝히는 회사들의 설명회 자리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우리는 유통에 대해 잘 모른다. 선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이 경영을 하면서 최소 7년 이상 해주는 조건으로 인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유진은 당시 어피니티파트너스(AEP) 대표에게 현 경영진이 경영해달라고 따로 부탁도 했다"며 "하이마트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어피니티도 이에 더 싼 가격으로 유진에게 지분을 양도했다"고 전했다.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7년 이상 보장했기 때문에 유진그룹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타 회사를 제치고 하이마트를 인수했으며, 선 회장이 2대 주주로 전 재산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전날 유진그룹 측이 "선종구 회장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그 지분이 곧 경영권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유진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기 때문에 정작 최대주주가 아무런 경영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힌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선 회장이 단독대표를 요구했다는 유진 측에 주장에 대해서도 "느닷없이 콜 옵션 계약에 의한 지분 확대 계획을 알게 됐다"며 "유진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약속대로 하이마트 경영권을 보장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 회장이 하이마트를 떠나 경쟁사를 설립키로 했다는 유진 측에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선 회장이 유진 측의 퇴출 움직임을 심각하게 보고 자신과 임직원들의 장래에 대한 불편하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라며 "만약 유진이 경영을 하면 자신의 지분을 처리할 것인데 원하면 같이 처분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1월 21일까지 동참여부를 알려달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고 현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하이마트는 "CI 사용은 하이마트 광고에 유진 브랜드를 넣는 것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다"며 "올해 상장할 때 관계 기관에서 문제가 있다고 경고해 사용료 지급이 중단됐지만 상장이 끝나자 다시 사용료를 40%나 올려 요구하기에 거절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진이 경영한다면 선 회장과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분명히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진의 31%만을 위해 나머지 69% 주주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기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하이마트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면서 증폭됐다. 유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31.3%이며, 선종구 회장과 우호지분의 합은 약 28%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유진그룹은 오는 30일 열릴 이사회 안건을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변경, 선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하이마트 측은 나머지 70%의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임장 대결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