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권진출 위해 필요한 것
한·미FTA 협정 비준 동의안이 상식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되며 정치판의 부끄러운 현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행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을 두고 중국의 고서 '삼국지'의 유비와 같다고 말한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스스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언급을 한적도 없으며 정치적 기반인 정당도 없다. 그러나 대중은 그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기반을 만들어 혼란스러운 정치판에 뛰어들 것이라 점치고 있다. 마치 나라 없이 떠돌던 유비가 형주를 기반으로 세상에 발돋움 한 것처럼 말이다.

삼국통일의 기틀을 닦은 이는 유비가 아닌 조조다. 나라가 태평성대할 때는 유비 같은 인재가 적합하지만 경제,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시점에는 조조 같은 인재가 절실하다.

'조조 사람혁명'(신동준 지음, 한국경제신문)은 난세의 간웅이라 평가받던 조조를 재평가했다.

책은 조조의 사람경영법을 높이 샀다. 뛰어난 지략가 였던 조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은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그들을 오롯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경영인들이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인재경영과 리더십에 대해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CEO와 직장인의 속마음을 듣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장인들은 유비 같은 상사와 함께 일하고 싶고, 나중에 유비 같은 상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조조 같은 상사와 일하고 있으며 결국 조조 같은 인재가 승진한다고 생각한다.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리더로 인과 덕으로 사람을 대하는 유비를 꼽았으나 자신은 조조 같은 리더라고 평가한다. 또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조조 같은 인재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원하지 않은 일이라도 시키거나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예전이라면 내가 상사이기 때문에, 회사 방침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납득되지 않으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안철수, 대권진출 위해 필요한 것
또 부하직원에게도 상사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 동료, 후배는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파트너이자 나의 성공을 도와줄 조력자다. 나이와 경력을 떠나 내 인생의 '멘토'이자 '팔로워'가 될 사람들인 것이다.

조조는 자신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멘토'이자 '팔로워' 임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특별한 재주가 한 가지라도 있는 자라면 아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으며, 자신의 사람이 된 후에는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인재라면 아군과 적의 구분도 없이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 지금, 다시 조조를 찾는 이유다.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