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오류 없이 車유리 장착…3차원 영상처리 시스템 국산화
"독자 기술만 있으면 글로벌 경제위기도 겁나지 않습니다. "

울산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에이티엠 류항기 대표(사진 · 45)는 23일 로봇비전(robot vision) 분야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덕분에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를 순조롭게 헤쳐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동차 생산공정에 사용하는 로봇비전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로봇이 유리 장착처럼 좌우상하로 흔들림이 심한 공정에서 부품을 정확하게 인식해 1%의 오류도 없이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3차원 입체영상처리 시스템이다.

에이티엠은 10년 전만 해도 독일 등 선진국에 의존해왔던 이 기술을 2001년 국산화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에 적용된 로봇비전 시스템의 60% 이상을 공급했다. 중국과 인도 체코 터키 러시아 등 현대 · 기아차의 해외 생산라인에도 설치했다. 최근엔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에도 로봇비전을 공급했다.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류 대표는 1995년 에이티엠을 설립했다. 설립 초기 부족한 연구 · 개발자금을 메우기 위해 하루 5시간씩 대학에서 야간강의를 하기도 했다. 5년여 동안 직원 5명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던 이 회사는 로봇비전 국산화로 지금은 전체 직원 23명 중 석 · 박사가 절반을 차지하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8월에는 로봇비전 국산화로 울산시 글로벌 스타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연 매출액은 55억원 정도다.

이 회사는 로봇비전 기술을 응용해 자동차용 블랙박스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미 개발을 끝내고 내년 초 출시를 앞둔 블랙박스는 터널 등 어두운 장소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고 렌즈 굴곡에 의해 왜곡되는 이미지도 100% 복원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류 대표는 "말레이시아와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내년엔 매출 1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연구 · 개발로 로봇비전 및 차량용 정보기술(IT)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