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판매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였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TV홈쇼핑을 타깃으로 삼았다. 공정위는 GS,CJO,현대,롯데,농수산 등 국내 5개 TV홈쇼핑업체와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 69곳을 조사한 결과 TV홈쇼핑 업체가 판매대금의 평균 37%를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백화점의 평균 수수료율(31.8%)보다 높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중소 납품업체들이 고율의 판매수수료 외에도 연간 수억원대의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비용과 세트제작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며 이달 중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성장 공생발전의 완장을 찬 공정위의 가격규제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공정위의 역할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정위의 임무임을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공정위가 연이어 벌이고 있는 수수료 끌어내리기는 이 같은 경쟁 촉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형성된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내리도록 강요하는, 반시장적 반경쟁적 시장파괴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공정위는 TV홈쇼핑 업체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 중소기업을 부당 대우했다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른다. 공정위 주장이 옳다면 과연 몇%를 초과하는 수수료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정위는 그저 홈쇼핑 수수료가 백화점보다도 높다는 이유만을 대며 홈쇼핑 업체가 납품 중소기업을 부당대우한 것으로 간주, 수수료 인하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백화점도 무릎을 꿇었으니 그보다 비싼 수수료를 받는 홈쇼핑은 더 볼 것도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TV홈쇼핑 판매수수료는 판매되는 물건의 종류와 가격, 시청률과 방송시간대, 광고효과, 그리고 홈쇼핑에 진출하려는 수많은 납품업체 간 경쟁 등 수많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정해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정한 경쟁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이런 규제는 불가피하게 음성적인 수수료 수수 관행을 낳는 등 거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훼손한다. 지하경제만 키우게 되고 기존의 입점 업체만 유리해진다. 이게 공정위가 바라는 결과는 아닐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36조는 7가지 공정위의 임무를 열거하고 있지만 여기에 물가안정이나 가격규제는 없다. 공정위는 중앙행정기관이지만 일반 행정조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하지만 요즘 공정위는 정권 코드에 맞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공정위의 최근 모습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할 뿐이다. 이 때문에 종편사들의 채널 배정에 특혜를 주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공정위를 제자리로 갖다 놓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