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 영향에 증시가 출렁인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나홀로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이 기간 기관들은 코스피에서 반도체·인터넷 업종을, 코스닥에선 단기 급락한 바이오주들을 집중 매수했다.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나홀로 2조494억원을 사들이면서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조106억원과 1조3900억원을 팔고 떠났다.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관은 415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도 이 기간 4958억원을 사들였지만 개인이 9100억원을 팔고 떠나면서 지수가 급등락을 거듭했다.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와 인터넷 업종을 대거 사들였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4770억원과 2210억원어치를 담았다.정치 상황 등 외부적인 영향과 내년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에 이들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저가 매수 판단에 대거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부진 등 반도체 업황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맞게 된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8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낮춰 잡으면서 "내년 예상되는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약세 규모가 기존 전망 대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기관 투자자는 반도체 업종 외에 카카오(1173억원)와 네이버(900억원)를 그 다음으로 많이 사들였다. 내년 실적 전망 대비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
증시에 근본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랜 약세장 끝에 단기 반등국면에 들어섰다면 '역가격 모멘텀(상승동력)'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역가격 모멘텀이란 강한 낙폭을 보였던 종목들이 더 크게 오르는 경향을 의미한다.11일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120영업일에 투자할 경우 95.5% 확률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 밸류에이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직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 시기의 하단과 비슷하다. 지금보다 낮았던 시기는 2020년 코로나19 충격,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전후뿐"이라고 말했다.그는 시장에 본질적인 변화는 없어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역가격 모멘텀'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역가격 모멘텀은 약세장이 이어지는 중 단기 반등 구간에서 활용하기 좋은 모멘텀이다. 설 연구원은 "지난 7월 이후 코스피 약세국면에서 시장이 단기 반등할 때 역가격 모멘텀 팩터 상위 종목은 시장을 항상 웃돌았다"며 "전날에도 가격 하락폭이 큰 종목들의 반등이 두드러졌다"고 짚었다.이어 "일반적으로 반등 초기에 급등한 이후 점차 상승폭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단기 시장 반등 국면에서는 역가격 모멘텀 매력 상위 종목에 주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역가격 모멘텀 상위 20%에 드는 종목(지난 9일 기준)으로 설 연구원은 최근 금양, 코스모신소재, 에코프로머티, 롯데케미칼, LIG넥스원, 효성티앤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권했다. 최근 한 달 손실률이 컸던 순이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비상계엄 사태 후 방산주가 급락하고 있다. 수출 기회가 줄어들고, 이미 체결된 계약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우려가 과하다고 봤다. 과거 탄핵 국면에서도 수출 계약이 체결됐고, 방산 수출은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가 없다는 분석이다.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내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방산주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방산 기업의 실적 개선, 수출 증가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글로벌 무기체계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중동·동유럽·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일각에선 국가 정상 마케팅 효과가 사라져 수출 기회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 계엄 사태 후 각국 정상의 방한 일정도 취소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연구원은 "정상 마케팅 부재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으면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국가 정상이 주도하는 방산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 형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앞서 체결된 계약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는 "방산 수출 협상의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개별 기업"이라며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는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탄핵 국면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핀란드, 인도와 수출 계약을 체결해 공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장 연구원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수출 모멘텀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방산 수출은 1990년대 이후 모든 정부의 주요 과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