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석 "YG,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삼성전자 될 것"
양민석 "YG,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삼성전자 될 것"
형은 가수생활로 모은 돈을 대부분 날렸다. 신인가수를 키우다 보니 그랬다. 할 수 없이 경영학을 공부하던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로듀서와 안무를 맡은 형,경리를 맡은 동생,2인조 가수 '지누션'과 매니저 1명이 전부인 초라한 시작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는 이렇게 출발했다. 어떻게 보면 양현석,양민석 형제의 맨주먹이 전부였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전 직원 5명을 태우고 방송가를 전전하던 승합차는 어느덧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23일에는 코스닥시장에도 상장한다.

상장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합정동 YG엔터 본사에서 만난 양민석 대표(사진)는 "K팝 열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변방에서 중앙으로,비주류에서 주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K팝에 놀란 글로벌 전문가들

양민석 "YG,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삼성전자 될 것"
양 대표는 최근 불어닥친 K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은 레이디가가,에미넴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레이블 인터스코프의 대표프로듀서 윌아이엠이 지난해 YG엔터의 소속 가수 2NE1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수소문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양 대표는 "윌아이엠은 '가수의 흥행성과 노래,뮤직비디오의 완성도 모두 세계적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며 "본인이 녹음작업을 맡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밝혀 영국 순회공연 중인 지금도 틈틈이 직접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K팝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갖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여실히 절감했다"고 말했다.

◆경쟁력 비결은 연구 · 개발(R&D)

그는 "K팝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투자와 지속적인 'R&D'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YG엔터에서는 일반 기업처럼 연구실(lab)이 있다. 사내에서도 랩으로 불린다. 이곳에 속한 YG엔터 16명의 프로듀서들은 연구원인 셈이다. 이들은 YG엔터 소속 가수들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시제품을 만들어낸다. 싸이와 타블로,지드래곤 등 소속 유명 가수들도 이 연구팀의 일원이다.

양 대표는 "좋은 노래를 가져다가 아티스트들에게 갖다주고 부르라는 식이 아니라,사전 제작단계에서 프로듀서와 가수가 상담과 협의를 통해 그룹 각 멤버들의 음역대와 파트를 일일이 고려,노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의 형이자 YG엔터 최대주주인 양현석 대표프로듀서가 연구소장 역할을 맡아 수년째 R&D를 총괄해오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날로 커져

전문가들은 YG엔터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YG엔터의 올 상반기 매출은 447억원,순이익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69% 각각 늘었다. 빅뱅과 2NE1 등 소속 가수들이 일본 등 해외 활동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 특히 빅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다. 국내와 해외 매출 비율은 지난해 7 대 3에서 올 들어 6 대 4를 기록했다. 해외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양 대표는 "내년 매출은 국내와 해외 비중이 절반씩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YG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한 음원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2~3배 정도 늘 것"이라며 "음악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유재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