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수정예산 카드를 꺼냈다. 내년 총선을 겨냥,민생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홍준표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러분이 의견을 모아주면 청와대와 다시 이야기해 수정예산에 준하는 예산을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민생예산,서민예산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한다"며 "민생예산 가운데 특히 대학생 등록금 인하,보육,비정규직 지원,청년창업,일자리 등을 철저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정부에 수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을 내년 예산안에 담아내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이자 친박(친 박근혜)계인 구상찬 의원은 "단순한 계수조정으로는 민생예산과 복지예산을 증액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대통령이 수정예산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3조원가량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전망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 오히려 경기변동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심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서 정부에 수정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예산을 늘려서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인데,당장 예산을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수정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기에는 때가 늦었다"며 "국회가 대규모로 증액하고 정부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수정하면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음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친박계가 수정예산을 주장하는 것은 내년 예산안에 박 전 대표의 정책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