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한국 철강사 반덤핑 제소…글로벌 '鐵의 전쟁' 가열
대만 최대 철강회사인 차이나스틸(CSC)이 자국 정부에 한국산(産) 등 4개국 철강제품에 대해 반(反)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황 악화로 국내 시장 수요가 줄어든 반면,해외 수출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철강재 판매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철강사들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도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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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스틸,반덤핑 관세 부과 요구

21일 KOTRA 대만 타이베이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차이나스틸은 자국 정부에 한국 · 중국 · 일본 · 인도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의혹을 제기하고 20~50%의 관세를 물릴 것을 요청했다. 차이나스틸은 해외 철강업체들이 싼값으로 대만 시장에 철강제품을 판매,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상 제품은 한국의 후판과 냉연강판,일본산 전기강판,중국산 보론(붕소) 첨가 후판 및 냉연강판,인도산 후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스틸이 반덤핑 관세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국내 물량이 줄어든데다 각국의 수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 4분기 영업 적자전환 가능성이 커 전체 생산량의 15%가량을 감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뿐만이 아니다. 하반기 들어 세계적 불황 탓에 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를 요청하거나 제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면세였던 중국산 붕소강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한국 · 대만산 스테인리스 용접강관에 대한 반덤핑 긴급일몰재심에 들어갔다. 일몰재심은 관련 규제를 철회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미국 내 해당 산업 피해를 지속시키거나 재발시킬지 여부를 판정하는 과정이다.

호주 정부 역시 지난달부터 자국 철강업체인 원스틸의 요청에 따라 한국 · 말레이시아 · 대만 · 태국산 구조물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도 지난 9월 일본과 유럽산 스테인리스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나라의 철강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감산을 피하기 위해 제조원가 수준까지 수출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있는 추세여서 글로벌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저가 수입재로 '골머리'

저가 수입 철강재로 골머리를 앓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 철강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열연강판 후판 등 주요 철강재를 자국보다 최고 30~40% 싼 가격으로 한국에 덤핑 수출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일본 대지진 직전인 지난 3월 초 t당 950달러였던 대(對)한국 열연강판 수출 단가를 720~730달러까지 낮췄다. 일본산 철강제품 가격은 대부분 제조원가 수준으로,품질이 훨씬 낮은 중국산과 비슷할 정도다. 일본 업체들이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재고 정리를 위해 물류비가 저렴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덤핑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산 저가 및 '짝퉁' 철강재도 문제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보통강에 합금용 첨가제인 보론을 넣은 철강제품을 합금강으로 위장,국내에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 들여오는 합금강 봉강,열연강판,후판(선박건조용 강재) 등만 연간 2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업체들은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쌓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100여개의 1차 철강유통 대리점들이 보유하고 있는 판재류 재고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125만3000t(9월 말 기준)에 이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을 상대로 한 반덤핑 제소 여부를 두고 저울질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부 철강업체는 반덤핑 제소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하기 위해 회사 내에 통상태스크포스팀(TFT)까지 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