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지난 1년간 미국 가정에 입양된 외국 어린이 2047명을 국가별로 분류했더니 한국이 734명이나 됐다고 한다. 전년에 비해서는 14.5% 줄어들었지만 미국에 가장 많은 입양아를 보낸 나라라는 불명예는 씻지 못했다. 우리나라 해외 입양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저출산으로 쩔쩔 매는 나라가 '해외 입양 대국' 딱지를 떼지 못한 것은 입양아 생부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인데다, 국내 입양을 꺼리는 분위기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혈연주의 편견이 입양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 입양은 가난의 산물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면 그건 오래 전에 끝났어야 할 일이다. 우리보다 해외 입양이 많은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와는 근본적으로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해외 입양을 도덕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장애아 입양 통계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입양된 1만3000명 중 장애아는 248명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 입양 장애아는 5300명이나 된다. 장애아를 해외로 보내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결국 한국인의 현세주의적이며 천박한 인생관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저출산이 애 키우기 힘든 경제사정 탓이라지만 이 역시 본질은 비슷할 수도 있다. 동네에 애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 땅을 떠나는 아이들은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눈물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