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업체들 "국내는 좁다…해외ㆍ新사업 영토개척"
국내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 사업 모델로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에서 살 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마다 특화된 분야를 만들어 성장 동력을 찾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를 비롯해 클라우드 컴퓨팅,모바일 상거래,에너지 절감 등 각자 다른 길을 모색해 나가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내시장 포화…줄어드는 먹거리

IT서비스 업체들 "국내는 좁다…해외ㆍ新사업 영토개척"
전통적인 IT 서비스 업체의 업무 영역은 기업이나 기관 운영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 등을 개발하고 결합시켜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통합(SI · System Integration)'과 각종 IT 분야에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아웃소싱'이었다.

대부분 IT 서비스 업체들이 SI와 아웃소싱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하던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사람들이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IT 서비스 업체들은 전부 다 대기업의 계열사거나 계열사였다. 이들은 1980년대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국내 대기업의 전산실에 기원을 두고 있다. 사무 자동화 시스템과 컴퓨터 기반 업무가 널리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은 기업 보안 등을 이유로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계열사들이 생겨나면서 IT와 관련된 업무의 양도 늘어났고 결국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분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모기업의 계열사와 공공기관,금융권 기업 등의 시스템 통합 작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빠진 것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 서비스 시장 규모는 10조253억원 규모다. 지난해보다 불과 2.4%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공공 SI 시장에 대기업 계열 IT 서비스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막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 입장에선 점점 더 먹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글로벌 업체들도 IT 서비스 '바람'

빠른 속도로 재편되는 국제 IT 업계 판도도 국내 기업들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애플과 구글이 새로운 업계의 강자로 부상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IT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HP는 지난 8월 PC 사업부문을 포기하고 영국의 지능형 검색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노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PC 사업부문을 계속할 가능성을 비추기는 했지만 소프트웨어에 계속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1위 IT 서비스 기업인 IBM은 이미 2005년 PC 부문을 레노보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IBM의 매출 가운데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그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EMC,시스코 등 글로벌 IT 업체들 역시 서비스 분야에 포커스를 맞추는 추세다. 국제 무대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로선 이들과 맞붙을 '비장의 무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화 분야 집중해 살 길 찾는다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이 택한 길은 다양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이었던 업무 분야도 확장 중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SI와 아웃소싱을 주력으로 삼아왔지만 이를 넘어선 '제3의 길'에선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그리드,모바일 결제 등 범위도 넓다.

국내 1위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는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인 '모바일데스크'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 임직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해 회사 업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LG CNS는 모바일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면서 스마트 교통,스마트그리드,스마트 팩토리 등을 핵심 성장사업으로 삼고 있다. SK C&C는 모바일 상거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코어파이어'로 북미시장을 공략 중이다. 포스코ICT는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녹색성장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롯데정보통신은 IBS(지능형 빌딩 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빌딩 사업과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U-Payment',보안컨설팅 등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고 있고 대우정보시스템은 탄소 및 에너지 관리,환경오염 방지 등 환경사업 분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IT 서비스 업체 임원은 "북미 등 선진시장은 신사업 위주로,신흥국가는 전자정부 등 국내에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