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공손한 손
공손한 손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이 아침의 시] 공손한 손
밥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집니다. 밥이 곧 삶이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손과 움츠러든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밥.오늘처럼 추운 날은 더욱 그렇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을 앞에 놓고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던 옛날의 두레밥상처럼 누구나 밥 앞에서는 몸과 마음이 둥글어지고 공손해집니다. 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는 아무리 강한 사람도 양처럼 순해지지요.

날마다 보는 식당 풍경인데도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공손히' 손부터 올려놓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쉬운 말과 명료한 이미지로 되살려내다니….생(生)에 대한 무한공경으로 '시의 밥'을 짓는 시인의 통찰력이 참 놀랍습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