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연 7%를 넘어가는 것은 시장이 과잉대응(오버액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펀더멘털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태평양지역 리서치센터 공동대표는 시장을 ‘변덕스러운 동물’이라고 했다. 실제 유럽 국가들의 재정상태는 당장 큰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고 다만 개혁이 필요하다고 그는 분석했다.그는 온·오프라인으로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적극적으로,신속하게,통찰력을 담아 대답하는 것으로 기자들 사이에는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서울 봉래동 HSBC 서울 본점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 강도와 여파, 해결책에 대해 물어봤다.

[고수에게 듣는다] "이탈리아 펀더멘털 그리 나쁘지 않은데…"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의 재정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높지 않다. 사실 그리스와 포르투갈과 비교하면 이탈리아 경제의 펀더멘털은 꽤 좋은 편이다. 올해 유럽 각국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비교해 보면 아일랜드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적자가 심각하다.특히 프랑스는 적자 폭이 GDP의 3% 수준에 이른다. 프랑스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흑자를 기록했다. 앞으로 공공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이 돼 있다는 얘기다.”

▶왜 시장은 이탈리아를 믿지 못하나.

“그건 능력이 아니라 의지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과연 개혁을 제대로 할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 여름 개혁의 기회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다.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고 마리오 몬티 행정부가 새로 들어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새 정부의 개혁 추진보다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프랑스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고 한 것은 프랑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이탈리아보다 높다는 것인가.

“아니다. 프랑스 경제는 이탈리아보다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시장의 신뢰는 변덕스런 동물과 같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년 예산을 대규모 삭감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IMF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유럽 국가들이 개혁을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가 개입해야만 유럽 외부에서 유럽으로 자금이 수혈될 수 있다. IMF의 개입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IMF가 한국에 했듯 강력한 구조조정 없이 유럽 국가들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여긴다.

“바로 그 점을 불식해야 한다. 자금 지원은 반드시 강력한 규제와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특혜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

▶유럽 외 지역에서 IMF를 통해 어느 정도 자금이 수혈돼야 한다고 보나.

“1500억~2000억유로 정도는 돼야 한다. 중국 일본 인도 등이 내게 될 것이다. 브라질도 조금 낼 수 있다. 이것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불충분하다. 하지만 IMF가 이탈리아에만 돈을 쏟아넣을 수는 없다. 세계 경제의 방화벽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부족한 정도가 적정하다.”

▶부족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건가.

“유럽중앙은행(ECB)이 화폐를 찍어내야 한다.”

▶화폐 발행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단 한 번만 돈을 찍어낸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부채를 ECB가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빅딜이 필요하다. ECB와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딱 약속해야 한다. 돈을 찍어내서 부채가 많은 나라의 채권을 사들여 문제를 해결하되 대규모 광범위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는 유럽 각국이 재정 문제를 겪지 않도록 말이다.”

▶유로존 분리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위험한 생각이다. 회원국이 됐으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공통 룰이 있어야 한다. 재정 운영에 관한 제약은 ‘가이드라인’이 아니고 엄격하게 집행돼야 한다. 못 지키면 자기 집안 사정이 정리될 때까지 투표권을 잃는다거나 해야 한다.”

▶유로존을 해체하기보다는 재정적·정치적으로도 강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겠다.

“당연하다. 유로존을 해체하는 것은 큰 실수다. 유로를 떠나려면 해당 국가의 금융시스템에는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다. 대폭락이 불가피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유럽의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난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내년 경제 전망은.

“올해 성장 전망치는 3.4%였는데 내년엔 그보다 높은 4.1%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경기 둔화를 겪을 수 있으나 경기 침체를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2년 후 세계 경제는 어떻게 예상하나.

“미국은 성장할 것이고 유럽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중국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다. 어쨌든 빅 트렌드는 ‘성장’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