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토건, 법정관리 신청…중견업체 'PF 줄도산'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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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토목회사 주택사업으로 빚더미
"내년 최저가낙찰제 확대 땐 건설산업 붕괴"
"내년 최저가낙찰제 확대 땐 건설산업 붕괴"
시공능력평가 40위의 중견건설사인 임광토건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임광토건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개시 신청과 함께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요청했다. 법원은 관련 서류 심사를 거쳐 정리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광토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건설업계에 다시금 줄도산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수도권 주택 · 분양시장 장기 침체로 아파트 사업을 위해 PF를 받은 건설사들은 임광토건과 비슷한 상황이어서 '법정관리행'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보유 자산매각 임원감축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부진과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임광토건,화성 PF 등에 발목
임광토건은 2000억원대의 경기도 화성 반월지구 PF 채무보증을 놓고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립해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공공공사 수주부진 등으로 영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아파트 부문에서 무리하게 벌인 사업으로 PF 시행사 대여금 등이 늘어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임재원 임광토건 대표는 지난달 채권단과 만나 "이 상태로는 연말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하게 심화되는 자금난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채권단과 협의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임광토건 측은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지난 7월 서울 미근동 본사 사옥을 2300억원대에 팔았다. 하지만 매각 방식이 채무 근저당(195억원 규모)과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입주사들의 전세권 부채를 승계하는 방식이어서 임광토건에 유입된 자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광토건의 PF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7715억9000만원으로 자본총계 6958억5938만원을 넘어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현재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55년 역사 좌초…업계 '충격'
'그대家'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임광토건은 1927년 5월 임헌록 창업자에 의해 설립됐다. 국내 첫 건설면허 보유업체인 임공무소가 모체다. 1956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고 토목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건설업계 '터줏대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아파트 PF사업이 임광토건의 발목을 잡았다"며 "법정관리 신청은 건설업계에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임광토건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광토건의 금융권 채무는 지난 9월 말 기준 1조2636억원이다. 보증채무가 1조1435억원,일반채무가 1201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은 수협은행이지만 여신이 400억원 정도이고,대부분 담보 채권이어서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 채무를 포함할 경우 농협이 2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산업은행이 2000억원,외환은행이 1000억원 수준이다.
◆건설업계 줄도산 오나
임광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에 땀을 흘리고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PF 등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시공능력순위 58위의 중견건설사인 범양건영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범양건영은 무리한 해외 PF 사업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떠안게 됐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진흥기업은 전체 채무액이 1조원에 달해 이자를 갚기도 힘들다. 진흥기업 채권단은 모그룹인 효성에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 · 중견 건설사들엔 정부가 내년부터 확대 시행할 예정인 '최저가 낙찰제'도 부담 요인이다.
최저가 낙찰자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면 공공공사의 75%가 최저가 대상이 돼 부실공사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정락/안대규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