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생산량이 31년 만에 최저인 422만4000t에 그쳐 내년에 쌀 수급이 빠듯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예년에 비해 생산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민간의 햅쌀 수요량보다 18만t 정도 여유가 있어 "균형 수급 수준"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쌀값 상승을 기대하며 농민들이 출하를 지연하거나 유통업자들이 사재기에 나서 일시적으로 수요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통계청은 17일 올해 쌀 생산량이 422만4000t으로 지난 9월 예상했던 421만6000t보다 8000t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생산량 429만5000t보다 7만1000t 감소한 것이다. 냉해로 대흉작을 기록했던 1980년의 355만t 이후 가장 적다.

또 역대 쌀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01년 551만5000t의 76.6%에 불과하다. 도별 쌀 생산량은 벼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전남이 82만9000t으로 가장 많고, 충남(80만5000t) 전북(68만4000t) 순으로 조사됐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충남이 527㎏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 524㎏, 경북 516㎏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쌀 생산량은 2004년 500만t, 2005년 476만8000t, 2006년 468만t, 2007년 440만8000t, 2008년 484만3000t, 2009년 491만6000t 등으로 해마다 쌀이 남아도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2010년 429만5000t에 이어 올해 쌀 생산량이 422만4천t으로 감소해 내년 쌀수급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수급불안과 함께 쌀값 급등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 422만4000t은 민간의 햅쌀 수요량 404만t보다 18만t 많아 수급에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최소시장접근(MMA)에 의해 들여오는 외국산 쌀도 해마다 2만t씩 늘어 올해 34만7600t, 내년엔 36만8000t이 들어오기 때문에 쌀의 안정적인 수급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1인당 쌀 평균소비량이 연간 1.2kg씩 줄어 올해 1인당 71.4kg에서 70kg 수준으로 떨어져 실제 밥쌀용 수요가 6만t 이상 감소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김현수 식량정책관은 "작년의 경우 벼를 찧어서 쌀이 되는 비율인 도정수율을 73.9%를 기준으로 생산량을 추정했지만 올해는 도정수율을 70% 수준으로 낮춰 계산했다" 면서 "작년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쌀 유통량은 15만t 늘어나는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산지에선 햅쌀 출하를 늦춰 수확기임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상승하는 등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정부의 공공비축미와 민간의 원료곡 매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 수준으로 다소 부진한 편이다.

수확기에는 대체로 가격이 떨어졌던 산지 쌀값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80kg 기준 평균 산지 쌀값은 16만5132원으로 열흘 전 16만4232원에 비해 900원 올랐다.

심리적 요인에 대한 우려도 있다. 햅쌀 생산량이 줄어들고 쌀값이 상승하고 있음에 따라 추가적인 쌀값 상승을 기대하며 농민들이 쌀 출하를 계속 늦추거나 일부 유통업자들이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