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블랙프라이데이 '연장전'
1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5번 애비뉴의 베스트바이(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매장.진열된 모든 TV에 '세일 중'이란 딱지가 붙었다. 지난주 1999.99달러에 팔던 삼성의 46인치 LED(발광다이오드) TV엔 1499.99달러의 가격표가 새로 부착됐다. 같은 크기의 소니 제품은 1699.99달러 하던 게 1299.99달러로 내려왔다.

미국 유통업체들의 최대 대목이라는 '블랙프라이데이(25일)'가 열흘이나 남았지만 유통업체들은 이미 세일전쟁에 돌입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길어졌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로 미국의 모든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는 날이다. 소비자들은 샌드위치 휴일인 이날을 기다렸다가 가전제품이나 의류 등을 한꺼번에 구입한다. 삼성 TV의 미국 연간매출 10%가 이날 발생할 정도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면서 유통업체들의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이 달라졌다. 하루 반짝이지만 큰폭으로 할인해주던 패턴에서 벗어나 세일 기간을 최대 두 달까지 늘리고 있는 것.

이날 베스트바이를 찾은 크리스토퍼 페로니씨는 LG전자의 42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649.99달러에 샀다. 지난 주말 799.99달러에서 150달러 내린 가격이다. 열흘 뒤면 가격이 더 내릴지도 모르는데 왜 지금 구입하느냐고 묻자 그는 '60일 내 가격 하락 약속(60 days price drop promise)'이라고 써있는 안내표지를 가리켰다. TV를 구매한 지 60일 이내에 가격이 내려가면 구매가와 할인가의 차액만큼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페로니씨는 "어차피 똑같은 가격이라면 손님이 몰려 줄을 서야 하는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데포도 이미 세일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가 침체돼 최대한 물건을 많이 팔아놓고 보자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 시작 시간도 경쟁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과거에는 당일 아침에 문을 열었던 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새벽 4시로 앞당기더니 올해는 아예 전날인 추수감사절 저녁에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발표했다.

장난감 전문 판매사 토이저러스는 24일(목요일) 오후 9시,월마트는 오후 10시에 각각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백화점 메이시,대형할인매장 타깃,베스트바이 등은 금요일 0시에 문을 연다.


◆ 블랙프라이데이

Black Friday.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로 미국의 모든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며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은 기업들의 회계장부가 붉은색(적자)에서 검은색(흑자)으로 전환되는 금요일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