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의 영향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측이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기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한 가운데 '중기 고유업종 부활'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중기 고유업종제도는 1997년 도입됐다 2006년 말 폐지된 중기 사업영역 보호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보호받은 382개 중소기업 경영지표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고유업종 해제 이후 중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고 13일 발표했다.

전경련은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인 2007년부터 작년까지 382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총계는 2589억원으로 해제 당시 1626억원에 비해 1.6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해제 이전보다 13배가량 높아졌다. 동일한 기준으로 매출액 증가율은 7.4%포인트,자산 증가율은 16.9%포인트 상승했다.

또 고유업종 해제 이후 중소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2.2%포인트 개선됐고,자기자본비율도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현금 동원력과 단기부채 상환능력 측정지표인 유동비율도 4.3%포인트,특허권과 개발비 등 무형자산 증가율도 8.4%포인트 각각 올라갔다.

전경련은 "고유업종 해제로 사업영역을 보장받던 울타리가 없어지면서 중소기업이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영혁신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인위적인 사업영역 보호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유인을 떨어뜨려 중소기업에 좋은 처방이 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생력과 체력을 높이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9일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를 인용,고유업종 해제 이후 중기 업체 수와 고용 인원,매출액이 모두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고유업종에서 제외된 14개 품목에서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부 제조업은 고유업종 폐지 직전인 2006년 74개였던 중소업체 수가 2008년에는 59개로 감소했으며 매출도 2319억원에서 2205억원으로 줄었다. 양말 제조업은 감소세가 더 심해 2006년에는 70개 소기업이 2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2008년에는 46개사가 20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4개 품목 중소기업의 고용 인원도 1351명에서 900명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또 통계청 자료를 통해 쇠못 · 재생타이어 · 동물용 약품 등 고유업종 제외 품목 14개 대부분에서 중소 업체 수와 고용인원,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