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 당ㆍ안철수 당…정치판 '빅뱅' 오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정치권이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범여권에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사진)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야권에선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설도 나오고 있어 연말 정치권이 빅뱅 수준의 헤쳐모여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세일 신당,한나라당 흔들까

박세일 당ㆍ안철수 당…정치판 '빅뱅' 오나
박 이사장의 신당 창당 추진은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 이사장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하면 한나라당 인사의 상당수가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윤건영 전 한나라당 의원(연세대 교수) 등은 '박세일 사단'으로 불린다. 박 이사장이 2004년 한나라당 총선 공천심사위원장을 할 때 이들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영입했다.

박 이사장은 11일 "기존 정치권은 권력 나누기를 위한 이익정치에 매몰하면서 민생과 국가경영에 힘을 쏟는 것을 소홀히 해왔다"며 "엄밀한 의미에서 정당이 아니라 붕당이다. 여의도 바깥의 국민들을 중심으로,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측에선 의원들이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 쇄신 논의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되면 여권 핵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 측 이한구 의원은 "지금 좌파는 단일화를 한다고 난리인데 우파가 신당을 만들면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할까

야권에선 안 교수의 신당 창당 여부가 최대 변수다. 야권 통합은 일단 중통합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통합 대상이었던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 통합연대가 '진보소통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애초 이들을 대통합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던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따라 민주당,혁신과 통합 내에서는 진보정당을 제외한 정당과 세력 간 중통합을 먼저 이룬 뒤 진보정당과 협력의 수준을 넓혀가는 '단계적 통합'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교수가 신당을 만든다면 시민사회 세력 · 야당과의 관계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안 교수가 그동안 탈이념 중도를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야당과의 무조건적인 통합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안 교수는 지난달 24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닌 누가 화합을 이끌어내느냐를 묻는 선거"라고 규정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교수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독자 신당을 점쳤다. 그렇지만 안 교수가 대선까지 염두에 둔다면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필요한 만큼 결국 야권 대표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