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10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저항선'이라는 7%를 넘어서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대폭발'의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탈리아의 부채(1조9000억유로)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빚을 합친 것(1조4500억유로)보다 많다. 당장 이달에 막아야 하는 부채만 210억유로이고 내년 말까지 3000억유로 만기가 돌아온다. 이탈리아발 충격이 "'월드 디폴트'를 촉발"(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하거나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제시한 향후 이탈리아 재정위기 4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1) 강력한 긴축안 시행

지난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가 약속한 재정긴축안을 과감하게 집행하는 것으로 위기 해결을 시도해보는 방안이다. 부채 감축과 성장 회복 등 자력으로 구제에 성공,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앞서 이탈리아 의회는 연금개혁 등을 통해 540억유로를 긴축하기로 결정했다. 소득 3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3% 추가 소득세를 부과하고 부가가치세율을 20%에서 21%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엄청난 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있어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 예방 차원의 신용공여 라인 개설

G20 정상회의에서 IMF는 이탈리아에 500억유로 규모 저금리 대출을 제시했다. 예비적 신용공여다. 하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를 거절했다. 예비 신용공여는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IMF가 통상적으로 취하는 조치다. 지난달 유럽재정안정기금에도 이 같은 기능이 부여됐다. 따라서 IMF와 유럽기금이 이탈리아에 조건부로 500억~800억유로 신용공여 라인을 만들면 이탈리아가 한숨 돌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반면 이 같은 조치가 투자자 불안을 더욱 촉발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컨설팅업체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르 사장은 "500억유로는 석 달이면 소진될 액수"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3) 전면적 구제금융

만약 이탈리아가 재정긴축안 집행에 차질을 빚거나 기타 자구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에는 그리스처럼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신용을 회복할 때까지 3년 정도 채권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그러나 관건은 구제금융 규모다. 이탈리아의 덩치가 너무 커서 구제금융이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그리스도 필요한 자금이 3년간 1300억유로에 달한다. 이는 이탈리아 6개월치 자금 수요밖에 안 된다.

하지만 유럽의 금고는 이미 비었다. 4400억유로로 출발했던 유럽기금의 잔액은 2500억유로에 불과하다. 이탈리아가 유럽기금에 기여한 1390억유로를 감안하면 기금에서 이탈리아가 받을 돈은 1100억유로에 불과하다.

(4) ECB가 무제한 지급 보증

일부 유럽 국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부채에 무제한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CB가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모든 국채를 매입하거나 이탈리아에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위기 대응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유럽기금과 IMF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독일은 ECB의 독립성을 해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 기능을 맡고 있는 ECB가 개인 금고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