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발생한 11 · 11 옵션쇼크(도이치은행 · 증권 시세조종 사건)의 민 · 형사 소송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시세조종으로 44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 8월 불구속 기소한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외국인 직원 3명 및 박모 한국도이치증권 상무에 대한 첫 공판이 다음해 1월 열리기 때문이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 등 기관들과 개인투자자 26명이 도이치은행 · 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9건도 형사재판 진행 속도와 맞춰 내년부터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민사소송 규모는 손해배상 청구액 기준으로만 900억원대에 달하며,다른 피해자들도 추가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 증권 직원들과 한국도이치증권에 대한 형사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에 배당돼 첫 공판준비기일이 내년 1월9일로 잡혔다.

검찰이 기소한 지 5개월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검찰은 수사단계에서 소환에 불응한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외국인 직원 D씨,B씨,P씨를 우리 법정에 세우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에 대한 예상 법정 형량이 높기 때문에 궐석재판(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진행되는 재판)이 불가능하다"면서 "일단 송달절차를 밟아 자진 출석하도록 할 예정이며,불응할 경우에는 이들이 거주하는 홍콩 등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첫 공판이 내년으로 넘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외국 거주자에게 송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이치은행 · 증권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형사재판과 함께 내년 초부터 본격 시작된다. 기관 청구액은 858억원대,개인 청구액은 43억여원으로 총 900억원을 웃돈다. 이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민주 측은 "검찰 기록 열람 등 편의상 형사재판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재판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기관의 경우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월 현대와이즈다크호스사모파생상품1호의 손해액 898억여원 중 일단 10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소송을 낸 것을 시작으로 하나대투증권(손해배상 청구액 764억여원),미국 헤지펀드인 에버레스트 캐피털 아시아 펀드 엘피(10억원),국민은행(7억여원),키움증권(67억여원) 등 기관 5곳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인당 최대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도 소송전에 돌입했다. 피해액 총합이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개인 투자자 박모씨 등 19명이 피해의 일부인 9억5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소송을 내는 등 개인투자자 26명도 민사소송 중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거나 민사재판에서 피해자 승소 판결이 먼저 나오면 손해배상 소송은 확대될 전망이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과 에버레스트 캐피털(전체 피해액 231억여원) 및 개인투자자 일부도 인지대 문제 등으로 피해액 전액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피해액 전액으로 소송을 확대하고 아직 소송을 내지 않은 기관 · 개인이 추가로 소송전에 뛰어들면 소송 규모는 20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11·11 옵션쇼크

지난해 11월11일 장 마감 직전 2조4000억원대(당일 거래량의 25%)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코스피지수가 전일 대비 53.12포인트 폭락(시가총액 28조8000억원 증발),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본 사건.금융당국과 검찰 조사 결과 풋옵션을 미리 매수해둔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이 고의적으로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하는 시세조종으로 부당이득 448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