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증액한 3조4455억원 속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도로 공사 예산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토해양부의 예산을 심사한 국토위는 지방의 도로공사 100여 곳에서 내년 예산을 1조7344억원 증액했다. 도로 공사는 필요한 것도 있지만,대개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차원이다.

도로 공사 중에서도 주로 힘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와 관련이 있는 포항~삼척철도 건설 예산은 민주당이 삭감을 별렀지만,11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도 도로나 철도 공사 예산 증액이 많았다. 정부는 대구복선전철 예산으로 300억원을 책정했지만 국회를 거치며 70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대구도시철도1호선 연장 예산과 3호선 건설예산은 134억원,1560억원에서 각각 380억원,2250억원으로 올랐다. 대구테크노산단진입도로 예산 역시 331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불어났다.

국토위의 여야 간사 지역구의 예산 증액도 많았다.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 지역구인 진주의 경우 삼랑진~진주복선전철 예산이 2020억원에서 2270억원으로 250억원 불었고,진주~ 광양복선화 예산도 정부안보다 400억원 느는 등 총 1100억원가량의 예산이 증액됐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의 지역구(전북 김제완주)가 일부 포함된 새만금신항만 건설사업 예산은 36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총 622억원 더 불어났다.

장제원 의원 등 부산 출신 의원들이 국토위에 많은데,부산의 외곽순환도로 공사는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800억원 늘었고,부산~울산복선전철 예산도 700억원 불어나며 1800억원으로 뛰었다.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지역구이자 김기현 국토위 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의 경우 혁신도시 저류조설치사업엔 당초 한푼도 배정이 되지 않았다가 240억원의 예산이 생겼다. 울산~포항고속도로 예산도 220억원 늘었다.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지역 개발에 도움이 되는 예산도 많이 늘었다. 국토위 의원들은 정부가 내년 650억원으로 책정한 재정비촉진사업지원 예산을 1350억원 늘려 2000억원으로 만들었고,도심 재개발 사업을 뜻하는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당초 한푼도 배정이 안 됐다가 국회를 거치며 무려 1000억원을 책정했다.

정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대해 "특정지역에 무리하게 예산이 집중된다든가 하는 점이 없도록 면밀히 살펴보고 시시비비를 따질 계획"이라며 "내년 예산안 심사원칙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미래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