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가 공동으로 제정한 기업가 정신 주간이다. 올해로 4회째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그러나 올해는 행사장 안팎에서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지고 있어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자는 당초 취지조차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행사에 초청된 인사들부터가 적절치 않았다. 7일 열린 '기업가 정신 컨퍼런스'에 초청돼 기조연설을 한 아나톨 칼레츠키는 영국 더 타임스의 경제 에디터로 한국에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주장은 기업들이 탐욕적인 승자 독식으로 중소기업 서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해왔으니 이제는 기업들이 모두에게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소위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로 순진한 대학생 수준의 주장이지만 공정사회와 공생발전이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일부 언론의 박수를 받으면서 그의 책은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갔다.

자본주의 4.0은 기업과 시장을 혼동하고 정부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도 없는 책이지만 청와대의 모 인사가 이 책을 금과옥조로 칭송하면서 지경부와 일부 경제단체들이 저자를 초청해 억지강의를 듣게 된 것이다. 장단은 다른 곳에서 두드리고 초청 경비는 경제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개발연대도 아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에서 어제 있었던 조찬강연회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곽승준 위원장은 한술 더 떠 "자본주의는 5.0까지 간다"며 "시장이 공적기능을 발휘해 사회갈등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기업들이 수조원씩 이익을 내고 있으니 기업들이 사회 복지의 일부를 떠맡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사고 속에 기업가 정신이 존재할 까닭이 없다. 기업가들이 억지춘향식으로 불려나가 이런 강의나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기업가 정신 주간이 실로 우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