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식재료 식물공장서 키워요"
8일 서울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 내 한 아파트형 공장 9층의 태연친환경농업기술(대표 김현철).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50평 남짓한 공간에 5단으로 된 배양 선반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그 위에 미나리처럼 생긴 녹색 작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작업복을 입은 두 명의 직원이 반쯤 자란 '아이스플랜트'를 다른 선반으로 옮겨 심는 작업을 막 마치고 다 자란 아이스플랜트 수확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황실 모니터엔 내부 온도와 습도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이곳은 신라호텔 등의 고급 레스토랑에 요리 재료로 납품되는 '아이스플랜트'를 기르는 '식물공장'이다. 김선일 태연 경영지원실장은 "반도체 공장 클린룸(clean room) 수준의 위생 상태를 갖춰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무농약 무공해 작물을 365일 재배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식물공장은 건물 내부에서 LED(발광다이오드) 등 특수조명과 배양액을 통해 식용작물을 길러내는 곳을 말한다. 계절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품질과 생산을 통제할 수 있어 납기를 준수할 수 있고 신품종 개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태연이 재배하는 이 작물은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이 원산지로,잎과 줄기 부분에 나트륨(염),미네랄 성분의 결정이 얼음처럼 맺혀 있어 '아이스플랜트'로 불린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양념을 친 듯 짭짤한 맛이 특징으로,혈당 감소와 지방 세포 증식 억제에 높은 효과가 있다. 해외에선 기능성 작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선 환경 조건이 맞지 않아 기르지 못했다. 태연은 HEFL(해플)이라 불리는 식물재배용 특수 조명과 배양액을 이용해 아이스플랜트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 것.

김 실장은 "아이스플랜트는 100g당 1만1000원 정도로 2300~2500원 선인 식물공장산 상추보다 가격이 5배가량 높은 데다 화장품,요리용 파우더 등 응용 제품군도 다양하다"며 "식물공장의 고질적 문제이던 수익성을 해결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소개했다. 식물 공장은 24시간 생장이 일어나고 매일 파종과 수확을 할 수 있는 등 생산성이 높은 덕에 주목받긴 했지만,초기 시설 투자비가 많게는 기존 농업시설의 17배에 달해 수익성 문제가 제기돼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지난 6월 초부터 파종을 시작한 이 업체는 8월 말부터 본격 재배에 들어가 신라호텔에 9월 초부터 납품을 시작했고,롯데호텔 조선호텔 매드포갈릭 등 고급외식 업체들과의 계약도 코앞에 두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재배 면적으로는 공급에 무리가 있어 서울 · 수도권 일대에 2,3공장을 지을 부지를 물색 중"이라며 "내년부터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돼 조만간 초기 설비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태연 외에 인성테크,아이팜,카스트엔지니어링,오디텍,그린플러스 등 총 7~8개 업체가 식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태연에 이어 컨테이너형 LED 식물공장에서 아이스플랜트 재배에 성공한 임재하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원예경영연구과장은 "크레숑,갯개미자리 등 특수건강 기능성 채소 개발이 가능하다"며 "식물 공장이 보급되면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