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사진)의 별명은 '승부사'다.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이후 충청은행(1998년),보람은행(1999년),서울은행(2002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하나은행을 4대 금융그룹의 반열까지 올려놨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KB 우리 신한 등과 비교하면 하나금융은 덩치에서 워낙 차이가 나 4개 금융그룹이라고 칭하기 무안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마지막 베팅에 나섰다.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것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면 사실상 인수가 결정된다.

◆4수 만에 외환은행 인수

'승부사' 김승유의 마지막 베팅…외환銀 인수 임박
외환은행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해 10월 김 회장에게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론스타는 호주은행인 ANZ와 외환은행 매각 논의를 하고 있었다. 국내에선 우리금융 인수전이 붙어 있어 김 회장은 우리금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 회장은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저울질하다 외환은행 인수로 마음을 굳혔다.

이후 론스타와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을 품에 안기로 마음먹은 만큼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다. 가격 문제도 의외로 잘 풀렸다. 주당 1만4250원에 협상이 이뤄졌다. ANZ와 비슷한 가격대였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25일 계약을 발표했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6년에는 국민은행과 붙었지만 탈락했다. 2007년엔 HSBC,지난해엔 ANZ에 밀렸다. 김 회장은 그러나 끝까지 기회를 기다렸다. 끊임없이 외환은행을 연구했다. 그 결과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의 가격협상도 직접 주도,단 몇 주 만에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에 입행했고 1971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으로 옮겨 40년간 하나금융에 몸담았다. 행장 첫해인 1997년 말 하나은행의 자산은 8조원에 불과했지만 이제 224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331조원이 돼 우리 KB 신한 등 다른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김 회장의 과제는

금융위는 지난달 론스타에 강제매각명령을 사전통지했다. 론스타는 7일 금융위에 보낸 의견서에서 "론스타는 정부의 강제매각 처분 명령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일이라도 금융위는 론스타에 강제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02% 중 10%를 초과하는 40%를 팔아야 한다. 51.02%의 지분을 인수키로 계약을 맺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사게 되는 것이 확정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금융위는 "매매가격이 인수자인 하나금융의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론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지나치게 비싸게 사오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론스타가 매각단가 1만3390원을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김 회장에겐 외환은행 노조를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향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8일 임시 조합원총회를 개최키로 해 은행 업무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